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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우물 / 신용목 본문
1974년 경남 거창
서남대학교 국문과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
현재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재학중
2004년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한다> 문학과지성사
2007년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창비
우물
학미산 다녀온 뒤 내려놓지 못한 가시 하나가 발목 부근에 우물을 팠다
찌르면 심장까지 닿을 것 같은
사람에겐 어디를 찔러도 닿게 되는 아픔이 있다 사방 돋아난 가시는 그래서 언제나 중심을 향한다
조금만 건드려도 환해지는 아픔이 물컹한 숨을 여기까지 끌고 왔던가 서둘러 혀를 데인 홍단풍처럼 또한 둘레는 꽃잎처럼 붉다
헤집을 때마다 목구멍에 닿는 바닥
눈 없는 마음이 헤어 못 날 깊이로 자진하는 밤은 문자보다 밝다 발목으로는 설 수 없는 길
별은 아니나 별빛을 삼켰으므로 사람은 아니나 사랑을 가졌으므로
갈피 없는 산책이 까만 바람에 찔려
死火山 헛된 높이에서 방목되는 햇살 그 투명한 입술이 들이켜는 분화구의 깊이처럼
허술한 세월이 삿된 뼈를 씻는 우물
온몸의 피가 회오리쳐 빨려드는 사방의 중심으로 잠결인 듯 파고드는 봄 얼마간
내 아픔은 뜨겁던 것들의 목마름에 바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