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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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 / 박이화

휘수 Hwisu 2008. 5. 29. 09:20

하수 / 박이화

한때 내 춤 스승님은
음악은 머리로 듣지 말라셨지
머리로 생각하며 추는 춤은
팔 다리가 느리고 무거워 음악에 끌려다니게 된다고

온몸 구석구석 음악이 배암처럼 스며올 때
비로소 능글능글 춤을 갖고 놀게 된다고

지난 내 검도 사부님은
시선을 칼끝에 집중시키지 말라셨지
두 눈이 매이면 생각이 매이고
생각이 어딘가에 붙들리면
검의 길을 알 수 없다고
그 때 일촉즉발, 상대의 칼날이 바람처럼 내 몸을 지나간다고

누구라도
꽃에 눈길 빼앗기는 순간 잎은 볼 수 없고
송두리째 향기에 마음 바친 동안은
커다란 꽃나무는 보지 못하는 법

그런고로
천하제일 춤꾼은 몸과 음악이 하나 된 사람
천하무적 검객은 몸과 검이 하나 된 사람

우리 사랑이 아직 하수인 것은
이별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끝끝내 그 둘이 하나인 줄 모른 채
사랑 따로 이� 따로 생각하기 때문이지

궁극에선

춤은 오래 전 연인의 가슴속에서
검은 칼집 속에서 가장 고요히 아름답다는 걸
우리가 거기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지

 

경북 의성 출생

효성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연어> 2006년 애지

현재 댄스스포츠 트레이너 심판으로 활동중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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