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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시인시각' 제2회 신인상 당선작 / 이진 본문
'시인시각' 제2회 신인상 당선작
룰랄라 정전 / 이진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정전이에요 티브이가 꺼지고 모니터도 캄캄해지고 조용해진 냉장고, 어둠 속 팽팽해지는 귓바퀴를 타고 전기밥솥 타이머가 공회전 하네요 시금치를 팽개친 더듬이손 양초를 찾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손전등을 찾네요
촛불이 자석처럼 가족을 끌어다 앉히네요 촛불두레밥상이 되었네요 연등처럼 피어나는 웃음 밝아서 눈빛 장난기로 반짝이고 풀벌레소리환하게 안겨오네요 고추불꽃을 사내애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잘라내고 성냥팔이 계집애 성냥불을 켜대네요 시간의 고봉밥을 마주하자 절로 배부른 아이들 촛농으로 장난을 치네요 양초가 금세 울보가 되고요
전기가 쉽게 들어올 것 같진 않죠?
엄마가 두 손 맞잡아 그림자오리를 그리네요 아이들 토끼를 놀리고요 엄마는 토끼를 오리라 우기고 아이들은 오리를 토끼라고 우기네요 하얀 실크벽지 위로 뒤뚱 뒤뚱 깡충 깡충 마술벽지 연못이 다가도 금방 풀밭으로 변하지요 토끼들이 함부로 풀을 뜯어먹어도 마법에 걸린 풀밭은 상처 받는 법이 없지요
시간에 발목 잡힌 엄마가 낙타를 만들어 보이자 순식간에 모래바람 자욱한 실크로드가 펼쳐지네요 수척한 제 그림자를 숨긴 외봉낙타가 사막을 다 건너오기도 전에 꿈의 고봉밥 미리 퍼먹은 아이들 꿈나라에 들고요 아침이면 아이들은 소금심부름을 가게 될지도 모르죠
룰랄라 시간차 여행 중인 타임머신
정지된 밥솥은 타이머를 잊은 지 오래지요
이진 시인
경남 밀양 출생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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