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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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휘수 Hwisu 2008. 5. 28. 12:02

1961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 신문 신춘문예 당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리운 여우>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바닷가 우체국>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등
1996년 제1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제13회 소월시문학상
2005년 이수문학상
전주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양철지붕에 대하여 / 안도현

 

양철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생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 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 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 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 지는게 양철 지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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