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우리는 모두 다 고향의 자식들일 뿐이다 / 素香石 (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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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 고향의 자식들일 뿐이다 / 素香石 (펌)

휘수 Hwisu 2006. 2. 18. 00:41

우리는 모두 다 고향의 자식들일 뿐이다  

                                                           素香石
바지가랭이 걷어 부치고
발을 담그면
발바닥을 빠져나가느라
꼼지락대는 물결
들춰내는 돌덩이마다
하나씩 붙여질 추억의 이름들 건져서
고추장 풀어넣은 솥에다 집어 넣는다

쓴소주 한잔이면 어떠랴
멀건 어죽 한국자면 어떠랴
어린날이 녹아든 국물속에
배시시 웃어대는 순이가 있고
히끗한 쌀알에
여드름 불거졌던 철이가 있으면
배는 든든하게 채워질텐데

모닥불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들에
뜨거운 열기 한잔 더 보태면서 돌아보는
이 강바닥 이 물줄기만 있으면
우리는 언제나
또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골을 타고 흐르는 바람줄기에
때묻은 마음들 실어 보낸후
발가벗고 미역감던 어린날로 돌아가자
여기서는
세상의 지위도 필요없고
세상의 부도 필요없는
소매끝으로 콧물훔쳐내며
강냉이알 뜯어먹던 어린날만 남겨두자

여기에 서면
우리는 모두 다 고향의 자식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