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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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葬地)에서 / 유장균

휘수 Hwisu 2006. 2. 21. 00:08
월간 현대시/1990년 5월 당선작

장지(葬地)에서

-유장균



한 생애의 욕망과 좌절은 결국
여기 와서야 조용히 만나 갈등을 풀었다.
덜컥 관이 멈추고 따라 들어갔던
시선들이 하릴없이 다시 이승으로 되돌아와서
비로소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풀잎을 흔드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산이 몇 번 꿈틀꿈틀 잠자리를 흔들다가
편안한 자세로 돌아누워 큰 숨을 토한다.
서둘러 흙을 덮어주고
우리는 돌아섰다 세상은 이제 모를 것이다.
그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다시 깨우지도 못할 것이다.
울먹울먹하던 구름도 산 너머로 사라지고
난데없이 산제비 한 마리
앞을 가로세로 가르며 날다가
아주 가볍게 사라졌다.
이 길을 빠져나가면 작은 신작로가 있고
신작로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 눈 감고도 훤하다.
수없이 긴장하고 놀라 깨어야 할 그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