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김종삼 시모음 본문
1921 황해도 은율 출생
1934 평양 광성보통학교 졸업
평양 숭실중학교 입학
1944 일본 동경문화학원 문학과 중퇴
1947 극단 <극예술협회>에 입회하여 연출부에서 일하기 시작
1953 군 다이제스트 편집부에 입사. 종합잡지 『신세계』에
「園丁」을 발표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
1955 국방부 정훈국 방송과에서 음악담당으로 일하기 시작
1957 김광림, 전봉건과 더불어 3인 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자유세계사) 간행
1963 동아방송(지금의 KBS 제 2방송) 총무국에 촉탁으로 입사
1967 일반사원으로 제작부에서 근무하기 시작
1968 김광림, 문덕수와 더불어 3인 시집 『본적지』(성문각) 간행
1969 첫 개인시집 『십이음계』(삼애사) 간행
1976 방송국 정년 퇴임
1977 두 번째 개인시집 『시인학교』(신현실사) 간행
1979 시선집 『북치는 소년(민음사) 간행
1982 세 번째 개인시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민음사) 간행
1984 시선집 『평화롭게』(고려원) 간행
12월 8일,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뜸
1991 계간 『현대시세계』에서 김종삼문학상 제정
民間人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園 丁
평과나무 소독이 있어
모기새끼가 드물다는 몇 날 후인
어느 날이 되었다.
며칠 만에 한 번만이라도 어진
말솜씨였던 그인데
오늘은 몇 번째나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된다는 길을 기어이 가리켜주고야 마는 것이다.
아직 이쪽에는 열리지 않는 과수밭
사이인
수무나무 가시 울타리
길줄기를 벗어나
그이가 말한 대로 얼만가를 더 갔다.
구름 덩어리 얕은 언저리
식물이 풍기어오는
유리 온실이 있는
언덕 쪽을 향하여 갔다.
안쪽과 周圍라면 아무런
기척이 없고 無邊하였다.
안쪽 흙바닥에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의 언저리와 뿌롱드 빛깔의 과실들이 평탄하게 가득 차 있었다.
몇 개째를 집어보아도 놓였던 자리가
썩어 있지 않으면 벌레가 먹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것도 집기만 하면 썩어갔다.
거기를 지킨다는 사람이 들어와
내가 하려던 말을 빼앗듯이 말했다.
당신 아닌 사람이 집으면 그럴 리가 없다고-.
5학년 1반
5학년 1반입니다.
저는 교외에서 살기 때문에 저의 학교도 교외에 있습니다.
오늘은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므로 오랜만에 즐거운 날입니다.
북치는 날입니다.
우리 학굔
높은 포플러 나무줄기로 반쯤 가리어져 있습니다.
아까부터 남의 밭에서 품팔이하는 제 어머니가 가물가물하게 바라다보입니다.
운동 경기가 한창입니다.
구경 온 제 또래의 장님이 하늘을 향해 웃음지었습니다.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가져온 보자기 속엔 신문지에 싼 도시락과 삶은 고구마 몇 개와 사과 몇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먹을 것을 옮겨 놓는 어머니의 손은 남들과 같이 즐거워 약간 떨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품팔이하던 밭이랑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고구마 이삭 몇 개를 주워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모습은 잠시나마 하느님보다도 숭고하게 이 땅 위에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어제 구경 왔던 제 또래의 장님은 따뜻한 이웃처럼 여겨졌습니다.
북치는 소년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이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시집, <십이음계> 1969
시인학교
공고
오늘 강사진
음악 부문
모리스 라벨
미술부문
폴 세잔느
시 부문
에즈라 파운드
모두
결강
金冠植, 쌍놈의 새끼들이라고 소리지름. 지참한 막걸리를 먹음. 교실 내에 쌓인 두꺼운 먼지가 다정스러움.
金素月
金洙暎 휴학계
全鳳來
金宗三 한 귀퉁이에 서서 조심스럽게 소주를 나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을 기다리고 있음
校舍
아름다운 레바논 골짜기에 있음
시집, <시인학교> 1977
묵화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漁夫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새
또 언제 올지 모르는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새 한 마리가 가까이 와 지저귀고 있다.
이 세상에선 들을 수 없는
고운 소리가
천체에 반짝이곤 한다.
나는 인왕산 한 기슭
납작집에 사는 산사람이다.
死別
저는 투병하면서 걸레 같은 옷을 걸치고 돌아다닐 때가 많았습니다
이승과 저승이 다를 바 없다고 중얼거리면서
죽어도 밖에서 죽자고 중얼거리면서 오늘 날짜로 죽자고 중얼거리면서
金炳翼
吳圭原
崔夏林
鄭玄宗
朴堤千
金鐘海가 여러번 보살펴주었습니다. 죽을 날이 가까웠다고 걱정해주던 나의 형 金宗文이가 저보다 먼저 죽었습니다
저는 날마다 애도합니다
죽은지 오래 된 아우와
어머니를
그리고 金冠植을.
김종삼 詩選集, 스와니江이랑 요단江이랑 (미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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