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때늦은 예감 / 김미령 본문
1975년 부산 출생
부경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때늦은 예감 / 김미령
참기름병이며 보리쌀 등속이 가득 실린 짐보따릴 두고
화장실을 다녀와보니
방금 전에 있던 버스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터미널 바닥엔 무심한 검은 기름때
검표원은 딴 데 알아보라는 듯 멀뚱히 쳐다보고
차를 기다리며 조는 사람들 희멀겋게 분 어묵 같다
다시 나와도 차는 없다
오줌내 지린 컴컴한 화장실에서 몸 떨고 나와보니
바뀐 하늘
막대걸레 뒹구는 짐칸에 한쪽 귀퉁이가 축축이 젖은
펼치기 민망한 나의 보따리
저 혼자 멀리 가고 있다
어이없이 맑은 저녁이다
금방 가버린 것은 아직 떠나지 않은 것이다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은 이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저만치 풀을 뜯던 소가 뒷다리를 끌어다 귀 뒤를 긁고 있었다
배추 속잎같이 아득하고 희부연 저녁이었다
아버지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전화를 받고도 왠지
담담했던 이른 저녁, 그 희미한 경계
너무 멀리 가버린 것들이지만 이제야 알 것 같은
때늦은 예감들이 잔잔한 슬픔으로 밀려온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OUT >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종삼 시모음 (0) | 2007.03.17 |
---|---|
효자손 / 공광규 (0) | 2007.03.16 |
겨울 잠행 / 손순미 (0) | 2007.03.13 |
정류장에서 또 한 소절 / 최갑수 (0) | 2007.03.12 |
고영조 시모음 (0) | 2007.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