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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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례 시모음 1

휘수 Hwisu 2007. 3. 26. 09:28

1955년 경기도 화성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1990년「현대시학」에 시「번개」등으로 등단
1999년 제10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숲](민음사, 1994)
[햇빛 속에 호랑이] (세계사, 1998)
[붉은 밭] (창비사, 2001)

 

비스듬히 


복숭아나무 똑바로 서 있는 거 못 봤다
꼭 비스듬히 서 있다
길가에서 길 안쪽으로 쓰러지는 척
구릉 아래쪽으로 기울어
몸 가누지 못하는 척


허공에 진분홍 풀어
지나가는 사람 걸어 넘어뜨리려고


안 속는다, 안 속아


몸은 이쪽에 머리는 저쪽에 풀어두고
왜 서 있나
비틀비틀 무슨 생각하며 걸어왔나


도화
길 밖으로 꽃잎 다 흘리고


안 속는다, 안 속아

 

 


  그 방 앞에는 창을 가리는 커다란 나무가 있다 새벽이면 그 나무에 천 마리의 새가 날아와 지저귄다 시냇물의 소용돌이처럼 나무가 운다 나뭇잎 하나하나 새가 되어 뒤흔든다 창문 하나를 달래보겠다고 나무는 제 잎을 다 떨군다


  그 방 안에는 죽음 같은 잠을 자는 이가 있다 제 몸에 시간을 쌓아두는 이가 있다 그이는 창 앞에 나무가 와 섰는 줄을 모른다 그이는 나무가 우는 소리를 못 듣는다 세상에는 가슴속 불꽃을 재우려다 아주 재가 되어 버린 이가 있다 그 방에 그이가 누워 있다
 

나무가 바람을


나무가 바람을 당긴다
이 끈을 놓아
이 끈을 놓아
끌려가는 자세로 오히려
나무가 바람을 끌어당길 때
사실 나무는 즐겁다
그 팽팽함이


바람에 놓여난 듯
가벼운 흔들림
때론 고요한 정지
상처의 틈에 새 잎 함께 재우며
나무는 바람을 놓치지 않고
슬며시 당겨 재우고 있다


세상 저편의 바람에게까지
팽팽한 끈 놓지 않고


드디어


그를 나무 속으로
밀어넣어 버렸다
나무가 둥글게 부풀었다
바람이 부니
느낌표가 되었다가
물음표가 되었다가
흔들렸다


아주 멀리
나도 이제 여행을 간다

나무 속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아닌 표정으로
손바닥 내밀고
아니야 아니야
흔들리는 것이다


시집, 햇빛 속에 호랑이

 

출처, 간이역에이는시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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