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최정례 시모음 2 본문
1955년 경기도 화성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1990년「현대시학」에 시「번개」등으로 등단
1999년 제10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숲](민음사, 1994)
[햇빛 속에 호랑이] (세계사, 1998)
[붉은 밭] (창비사, 2001)
빵집이 다섯 개 있는 동네
우리 동네엔 빵집이 다섯 개 있다
빠리바게뜨,엠마
김창근베이커리,신라당,뚜레주르
빠리바게뜨에서는 쿠폰을 주고
엠마는 간판이 크고
김창근베이커리는 유통기한
다 된 빵을 덤을 준다
신라당은 오래돼서
뚜레주르는 친절이 지나쳐서
그래서
나는 빠리바게뜨에 가고
나도 모르게 엠마에도 간다
미장원 냄새가 싫어서 빠르게 지나치면
김창근베이커리가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땐
학교에서 급식으로 옥수수빵을 주었는데
하면서 신라당을 가고
무심코 뚜레주르도 가게 된다
밥 먹기 싫어서 빵을 사고
애들한테도
간단하게 빵 먹어라 한다
우리 동네엔 교회가 여섯이다
형님은 고3 딸 때문에 새벽교회를 다니고
윤희 엄마는 병들어 복음교회를 가고
은영이는 성가대 지휘자라서 주말엔 없다
넌 뭘 믿고 교회에 안 가냐고
겸손하라고
목사님 말씀을 들어보라며
내 귀에 테이프를 꽂아놓는다
우리 동네엔 빵집이 다섯
교회가 여섯 미장원이 일곱이다
사람들은 뛰듯이 걷고
누구나 다 파마를 염색을 하고
상가 입구에선 영생의 전도지를 돌린다
줄줄이 고깃집이 있고
김밥집이 있고
두 집 걸러 빵냄새가 나서
안 살 수가 없다
그렇다
살 수밖에 없다
시집, 붉은 밭(2001 창비)
스타킹을 신는 동안
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다는 듯이
본처들은 급습해
첩의 머리끄뎅이를 끌고간다
상투적 수법이다
저승사자도 마찬가지다
퇴근해 돌아오는 사람을
집 앞 계단을 세 칸 남겨놓고
갑자기 심장을 멈추게 해 끌고 가버린다
오빠가 그렇게 죽었다
전화를 받고
허둥대다가
스타킹을 신는
그동안만이라도 시간을 유예하자고
고작 그걸 아이디어라고
스타킹 위에 또 스타킹을 신고
끌려가고 있었다
늙은 여자
한때 아기였기 때문에 그녀는 늙었다
한때 종달새였고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가 빠졌다
한때 연애를 하고
배꽃처럼 웃었기 때문에
더듬거리는
늙은 여자가 되었다
무너지는 지팡이가 되어
손을 덜덜 떨기 때문에
그녀는 한때 소녀였다
채송화처럼 종달새처럼
속삭였었다
쭈그렁 바가지
몇가닥 남은 허연 머리카락은
그래서 잊지 못한다
거기 놓였던 빨강 모자를
늑대를
뱃속에 쑤셔 넣은 돌멩이들을
그녀는 지독하게 목이 마르다
우물 바닥에 한없이 가라앉는다
일어설 수가 없다
한때 배꽃이었고 종달새였다가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제 늙은 여자다
징그러운
추악하기에 아름다운
늙은 주머니다
시집, 붉은 밭(창비 2001)
출처, 간이역에이는시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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