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2007 제 2회 계간 서시 신인상 당선작 / 문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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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제 2회 계간 서시 신인상 당선작 / 문길

휘수 Hwisu 2007. 3. 23. 01:05

문길 (본명 문병우)

경남 함양 출생
2007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계간 <서시> 신인상

지리산문학. 현대불교문인협회회원

 

말랑말랑한 恨

 

일어나라니요
두더지 풀썩풀썩 땅 밀어 올리는 것 같다 이불이
일어나라니요
겨울 꿩 주둥아리 눈 속에 처박은 것 같다 옷깃이
훌쩍거리는 소리도 없이
낙향목 나루터 아랫목 골방에서
동글동글 하얀 엉덩이 서방만 넣으면
아들하나 퍼질러 내것다 저놈의 궁둥이
거미 같은 어미 서방질 하다가 동강시체 되었으니
내장 거리거리 뿌리고 처참한 죽음이라
이년 죽어도 못 일어나네 아니 일어나네
분순이 어미 따라 죽자고 하네
살인의 밤 뱀장수 야간도주 삼거리
순경 접근금지 수사 중 줄 쳐 놓고
남의일 서러워서 막걸리 쩝 하는데
북천댁 나랑 살자 그 사내 도덕은 묻었을까
왕창 당하고 만 것이여
몸 뺏고 돈 뺏고 줄행랑 아이고
주막 섬진강 빠지려하네
분순아 하고 같이 죽자고 하네
진하게 미쳐버리고 말자는 섬진강
노고단 산맥줄기  든든한 사내 만나
섬진강 바라보며 하동포구 한 시절 눕히자는데
방장산* 살인 못 말리고 강만 흘러 
분순이 방장산 밉다고 울면 안 되는지
하동 목도 쇠말뚝 잡고
오줌 찰찰 흐르도록 울면 안 되는지
자르르 강파도 서럽게 죽인다, 죽여
일어나라니요 어쩌자고 분순이 일어나라니요
눈물 팽팽 돌아 구천을 날아가면
사내 무서워 낭창낭창
머리 자르고 말 것입니다 그려

 

* 지리산

 

표류하는 괴물

 

나뭇결 고운 장판 걸어간다
공장에서 장판 메고 나온 M씨 만난다
반지르르 그의 얼굴 밟고 지나간다
수행자처럼 내 기분에 따라 변해주는 얼굴
티브이 휴식이 정교하다
찰가닥 하면 쏟아지는 화장 짙은 여자들
아내는 여인들 수시로 기억해놓고
해명한다 이렇고 저렇고
투명유리에서 그림 한 장 외출 오래도록 포기해
납작 죽은 흉내내고 있다
변기가 깨끗하다고 해서 난 예쁜 똥 만든바 없고
나와 있어준 물보다 위대하지 못했다
해는 시계 놔두고 산으로 간다
영원하다는 거 때로는 얼마나 지겨운 일인가
노을에 박수가 빈약한 아내 곧 올 것이다
갇힌 남자는 곧 티브이 중앙무대로 말석의
자리가 될 것이다
달력은 하루 네모다고 우기고
시계는 시간 둥글다고 우긴다
두개 합쳐 묘한 원판 만들었더니 싸우려 한다
네모 속 동그라미 불가 동그라미 속 네모 불가
세상일 언제 고분고분 했던가
저울 올라가본다 육십오 킬로
얼마나 나의 세포 위해 야금야금 생명 믹스해 먹었는가
음악 들으면 음악이 시간 뱀처럼 돌돌 감아 먹어버린다
한 번도 먹어버린 시간 그는 내 준 적 없다
한 마리 겨울새 그립다
도시는 겨울새 위하여 한 번도 조례 해 본 적 없다
바퀴벌레 나보고 거대한 괴물이란다
기어다니지 왜 걸어 다닐까 무섭게
한 번 씩 낮잠에 들면
누가 사내 불러준다 내가 작아지는 반사적 소리
그는 구석에서 왔다가 구석으로 사라진다
아내는 나 잘 가두어놓고
돈이 묻은 하루 담아 올 것이다
열 아홉층 인간 까치집 위해서 말이다

 

서포畵家 

  

서포 달이 해동목 가랑이 위에서
또올또올 떠다닌다
어머니 다음으로 좋아했던 소주
새벽 술 벽에는 세시가 촐촐하다
천만가지 저편 직업들 중, 화가라니
달만 그려내면 아내는 저놈의 달
십 수 년 달만 죽는다
하늘이 퇴에 뱉어버린 달
궤도 이탈했으므로 내방에 입 삐죽 한다
화선지 모셔오면 물감만 흘려
군청색 달 초록색 달 분홍색 달
비린내 물씬 칼라달이 된다
서포에 오면 초승달
조각배 되는 모습 볼 수 있다
새벽 산 쏘옥 바다로부터 물러서고
달 산 눌리며 바다로 침몰되는 순간
조각배 가라앉으며 섬 하나 임신한다
경이로운 서포만 산과 바다의 성수불루*
겨울 귀뚜라미 낄낄거리고 있다
새벽이 소리로 차오르고 있다
격리된 방 하얀 외나무다리 ESSE
푸앙푸앙 독재자처럼 연기 뿌린다
뿌연 섬 머리 풀며 떠다니고
떨리는 붓에서 게 한 마리 떨어진다
삼색의 달 찐빵처럼 부풀어오른다
안경 속 겨울서포 작아 보였다

 

*사물이 빈틈없이 꽉 짜여있다

 

스위스 할멈

 

흐르는 별 새가슴을 가진 여자 중 한명에 해당되는 그녀
망고 할머니는 양탄자 먼지 툭툭 털다가
무디어가는 손길로 물뿌리개 우유를 좀 섞어
화단 물을 주면
태양이 꽃잎 결에 우유 빛 잘잘거리며
입자수소 합창이 리라 리라 한다
꽃잎 우유 먹는 소리 청각이 마중을 가야
들을 수 있는 할멈의 손 끝 그 아래나 위가 되고
젊음에 밥상을 메고 온 지식의 까만 글자 책들
무화가 이파리 넘어 장작처럼 재어두다
가는 곳 가야할 곳 너무 유리같이 투명해
거기 스위스 하늘에 할멈 매일 맑음이니
날마다 채소반찬 꽃잎 다루듯 먹으며
오늘 홀로밥상에 기도중이다
먹는 것이라 죄에서
곱게 순종하는 거라고 빨래 휘휘 알프스 산 쪽에 널며
하얀 눈 할멈 데리러오면 뽀얀 허벅지살
종이처럼 내 줄 것이라고
햇빛 비치면 마당에서 나무울타리 만지며
날마다 미소 풋풋하다
이십사 평 통나무집 이승의 가마처럼
스위스 할멈 지키며 별집처럼 떠있다
날마다 하는 일 이별하는 일이라며
영감 몇 년 전 포도밭에 묻어두고
까만 포도 영감 포도라 자위하며
자식 두 군데 지구 밭에 호두알처럼 심어두다
책 잘 있어. 재봉틀 너도 저승은 못 올 터
사물들 모두 자기를 위해 옆에 있다고
하루 종일 이별인사 하얀 알프스 할멈

 

할멈 저승 어디 있는 교
알프스

 

뒤돌아본 아침


癌,참으로 괴괴한 글자로구나
삼천년 인간 병고에서 완강하게 승리하고
오늘 2007을 달리며 군립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지금 제작된다면 ㅁ가 두개는
더 붙어야 되는 암울하고 뎅뎅한 저 글자

 

셈,* 내 친구 부부를 한꺼번에 잡아간
그 독한 세균덩어리 띠. 이. 발. 
사전에 없는 욕 석 달 째 하면서
그 암자를 만든 천재에게 꾸벅 절하고 말았어
도시는 저 글자를 너무 많이 닮아가고 있어
네모가 세 개나 들어있는 저 글자 말이야
나는 癌자를 庵자로 바꾸어 놓고
황금 옷 입은 남자에게 암을 고자질하고 있었지

 

나쁜 놈 세균 주제에 세균만 먹지
백일기도 내 친구 비싼 항생제 다 받아먹고
내장 먹고 뼈까지 먹다가 해골이사 네가 가져라
투우 뱉어버리는 징그러운 세균 놈
많이 잡아먹었다 암, 지금 빌딩에서
하얀 인턴 놀리면서 불어나는 식사꺼리에
해봐라 해봐 버섯처럼 번지며 먹어치우는

 

셈, 우린 세균을 키우고 있어
농약 먹고 강하게 자란 균 배추 속 타고 들어와
김치 냉장실 어휴 시원해
그 비웃음 째진 입술이 너무 무섭다니까 
화장실 똥 싸는 내 모습 암 글자 닮아있어
베레모 까만 점 물에다가 냄새나는 금빛 찰랑거리며
가랑이아래 신문을 보면 완벽한 癌자가 되고 말았어
육십오억 지구 갉아먹는 혹, 암세포 아닌가

 

셈, 죽음하나 비싸게 생각하니 이렇게 되었어
파리한 세상 그래도 바다햇덩이 세수하는 이곳
순천행기차 꼬리도 없이 장어처럼 지리산 파고 돌아
서울논문 만나러갔지
암이란 고치는 게 아니라 만들지 말라는 논문, 암
 
* 내 친구선생님

 

심사평

- 생략

 

  문길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서 오랜 습작에서 오는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일정 수준을 넘었으며 시인의 연륜이 느껴지는 깊이와 다양한 소재로 시를 쓰고 있다는 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행간이 길어 자칫 산문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었으나 심사위원 모두 [서시] 의 신인으로 주저하지 않고 낙점을 하였다.
  제2회 계간 [서시] 의 신인상으로 김봉식 시인과 문길 시인을 추천한다.  앞으로 시와 삶이 일치하는 진솔한 시인이 되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박종인, 신린 두 분께는 아쉬움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심사위원: 임헌영(문학 평론가, 본지 주간), 유성호(문학 평론가, 한국교원대 교수)
              문정영(시인, 본지 부주간)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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