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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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 배영옥

휘수 Hwisu 2007. 9. 7. 00:47

배영옥 시인

1999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

 

 주름 / 배영옥

 

    주름들은 그렇게 한 몸에 모여든다
    마침내 너무 절친해져서는
    한 번 자리잡은 주름들은 잘 떠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은 수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
    바로 주름의 자리,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내는 것,
    그러므로 밀어낸다는 것은 적극적인 비워냄의 행위이다

 

    아직도 비워야 할 것이 남아 있다는 듯이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할머니
        
    지금은 다만 극단으로 깊은
    주름의 골과 골 사이,
    온몸이 헐거워지고 있는 주름


        「현대시」 2007년 9월호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