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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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응식의 구직 / 시안

휘수 Hwisu 2006. 5. 4. 01:39
 

 

그에게 사진이란 삶의 존재 이유 그 자체였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인식, 삶에 대한 이해 방식으로 생각했던 그는 그 길을 가는 길이야말로 사진가의 의무이자 덕목이라고 여기서 묵묵히 자기 길을 걸었다. 1953년 작품인 ‘求職’은 그의 대표작으로 누구나 한 눈에 아! 이 사진이라는 소리가 절로 날 정도다.
사진작가 임응식, 2002년 1월 지병으로 타계하기까지 그는 한국 사진의 역사이자 신화였다. 그의 사진의 발자취는 비단 개인의 역사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현대사의 숨은 발자취로, 눈물 겨운 우리 삶의 실존으로 긴 생명력을 지닌다. 특히 求職은 한국전쟁의 상처를 한눈에 느끼게 해준다. 지난한 삶의 역정 속에서 직업을 구하겠노라 길을 나선 허름한 옷차림의 청년을 통해 그는 삶이, 더욱이 전쟁이 개입된 삶이 얼마나 구차한 지를 되뇌이게 해준다. 청년의 고개숙임은 어쩌면 그 지난한 삶에의 좌절은 아닐런지...그렇게 결론짓기에는 뭔가 다른 희망이 마치 등뒤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듯 긴 여운을 남긴다.
“나에게 있어 카메라는 스케치북이고 직관과 마음의 움직임에 따르는 도구”라던 임응식 선생은 반세기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명동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라져가는 옛 명동의 아름다움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되, 그 속에 녹아든 사람들의 슬픔, 분노, 그리움, 기쁨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의 사진에는 그래서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 기간 중에는 종국사진가로서 인천 상륙작전 함정에 동승, 수복 직후의 서울에 들어와 폐허로 변한 시가지의 정경을 기록하기도 했던 그를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으로 부르는 데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求職을 위시로한 그의 작품들이 바로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