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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공간과 혼잡 (2) / 시안 본문
공간과 혼잡 (2) 도시는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동물적인 본능을 드러나게 하는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도시는 변화하지 않고 혼잡과 확대라는 덧씌우기만을 계속하여 왔다 ![]() 야생 동물은 사람이나 다른 적들이 다가가도 일정한 거리가 유지될 때까지는 도망가지 않는다. 이 거리를 도주거리(fight distance)라고 한다. 동물의 크기에 따라 도주의 거리도 크다. 영양은 500야드, 도마뱀은 약 6피트 정도이다. 가축이나 동물원에 사육되는 동물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서성대거나 먹거나 잠을 잔다. 이는 도주 반응을 상실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인간에게도 있지만 다음 기회에 설명하도록 한다. 임계거리가 있는데 도주거리와 공격거리 사이의 좁은 지대를 일컫는다. 서커스에서 사자의 묘기는 이러한 임계거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조련사가 다가가면 사자는 공격 태세를 갖추기 위해 의자나 장애물 따위를 간단히 넘어 버린다. 그러나 사자를 의자 위에 멈추는 묘기를 부리기 위해서는 재빨리 임계거리 밖으로 물러나야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자는 공격 태세를 멈추게 된다. 조련사가 갖고 있는 채찍 같은 것들은 사자를 다스리는 장식에 불과하다. 동물의 임계거리는 매우 정확하여 몇 센티미터로 측정되어진다. 이 두 가지의 거리, 다시 말하면 공간은 서로 다른 이종간의 거리를 말한다. 동종간의 거리에는 개체거리와 사회거리가 있다. 동물들에게는 접촉성과 비접촉성이 있다. 하마나 돼지 잉꼬 등은 접촉을 하면서 살아가고, 말, 개, 쥐 등은 철저히 접촉을 피하는 비접촉성 동물이다. 새들이 전선 위에 앉아 있는 광경을 본 사람은 그들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더 가까이 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인간들의 줄서기인데 아무리 복잡해도 등과 가슴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이러한 비접촉적 동물들이 서로의 몸을 부딪힐 때는 물어뜯고 싸움을 하기 시작한다. 개체거리란 비접촉성 동물이 그들과 같은 종류 사이에 두는 정상적인 공간을 말한다. 사회 조직은 개체간의 거리를 결정하는 한 가지 요소이다. 종의 존속을 위하여 같은 동종끼리의 싸움은 제어되어져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사회적인 순위(계급)를 발달시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공간이다. 동물행동학자들의 견해는 공간이 원시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 부분에서 공간의 확보를 중요하게 여긴다. 혼잡도는 경쟁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결국 동종간의 경쟁은 사회 조직이 무시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성 동물은 서로가 접촉을 요한다. 접촉을 잃게 되면 강자에게 잡아먹힐 수가 있다. 사회거리란 한 개체가 그 종과의 접촉을 잃는 거리, 즉 그 이상의 거리를 떨어지면 자기 종을 보고, 듣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계지대로 동물들이 불안감을 갖게 되는 심리적인 거리를 일컫는다. 사회적 거리는 종에 따라 다르며,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뀐다. 원숭이나 사람의 경우, 아직 어미의 보호 하에 있을 유아기의 사회적 거리는 어미의 손닿는 정도의 범위가 된다. 아이가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다니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바분이라는 원숭이는 새끼가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떨어지면 어미는 즉시 새끼의 꼬리를 물고 자기에게 데려온다. 어떤 위험을 느껴 통제가 필요할 때 사회거리는 축소된다. 도시는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동물적인 본능을 드러나게 하는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도시는 변화하지 않고 혼잡과 확대라는 덧씌우기만을 계속하여 왔다. 도시에 관해 정의하는 제일의 관점은 사람, 즉 인구밀도가 높은 구역을 말한다. 과밀한 상태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간 확보를 위한 경쟁이다. 부동산 투기가 경제적인 이익을 노리는 물질적인 측면이 있지만 공간 확보라는 심리적인 배경이 깔려 있다. 인간의 평화스럽고 안락한 생활이 공간의 여유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리인 개체의 거리가 확보되지 않을수록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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