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비둘기가 운다 / 마경덕 본문

OUT/詩모음

비둘기가 운다 / 마경덕

휘수 Hwisu 2006. 11. 29. 00:23

비둘기가 운다 / 마경덕


종일 지붕에서 운다.

이층 창문, 틈새에 터를 잡고

알콩달콩 살던 비둘기 부부

 

홀시어미, 비둘기 울음이 귀신울음 같다 하고

며느리, 청승맞은 울음이 말 못할 내 설움 같아

그럭저럭

비둘기똥 치우기를 삼 년


늙은 시어미

더는 못 참는다

답답한 그 울음 저승사자처럼 끔찍하고

똥보다 더 독하다고


기어이

아들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자

비둘기 울음 빨라졌다

소리와 불안이 뒤섞여

철제 사다리가 휘청거렸다


분홍발을 가진 새끼 한 마리

퍼덕퍼덕 앞집 베란다 지붕에 내려앉고

나뭇잎 쪼가리, 묵은 먼지가

비닐봉지에 담겨 내려오고 

 

오 분만에 집 한 채가 철거되었다

 

구우국 구우국

비둘기똥 보다 독한 울음이

지붕에서 흘러내린다

 

시에 <2006년 겨울호>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향동인 

시집, 신발론(2005, 문학의전당)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OUT >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용제 시모음 1  (0) 2006.11.30
김요일 시모음  (0) 2006.11.29
2006 가을호 '서시' 신인상 당선작 / 박연숙  (0) 2006.11.28
효림 시모음  (0) 2006.11.27
홍해리 시모음 1  (0) 200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