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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비둘기가 운다 / 마경덕 본문
비둘기가 운다 / 마경덕
종일 지붕에서 운다.
이층 창문, 틈새에 터를 잡고
알콩달콩 살던 비둘기 부부
홀시어미, 비둘기 울음이 귀신울음 같다 하고
며느리, 청승맞은 울음이 말 못할 내 설움 같아
그럭저럭
비둘기똥 치우기를 삼 년
늙은 시어미
더는 못 참는다
답답한 그 울음 저승사자처럼 끔찍하고
똥보다 더 독하다고
기어이
아들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자
비둘기 울음 빨라졌다
소리와 불안이 뒤섞여
철제 사다리가 휘청거렸다
분홍발을 가진 새끼 한 마리
퍼덕퍼덕 앞집 베란다 지붕에 내려앉고
나뭇잎 쪼가리, 묵은 먼지가
비닐봉지에 담겨 내려오고
오 분만에 집 한 채가 철거되었다
구우국 구우국
비둘기똥 보다 독한 울음이
지붕에서 흘러내린다
시에 <2006년 겨울호>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향동인
시집, 신발론(2005, 문학의전당)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