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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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 이미자

휘수 Hwisu 2007. 5. 4. 11:28

버스 정류장 / 이미자

 

손톱으로 누르면
무른 한낮이 복숭아처럼 으깨진다 나는
여전히 연애는 신파라고 생각하지만
떠나간 남자가 신문을 펼치면
전단지처럼 몰래 눈물을 끼워넣을 줄도 안다

 

버스는 늦게 온다 진부한
깨달음이 그러하듯
흙탕물이 얼룩진 사월의 평상에게
썩어가는 꽃들에게
안녕! 나는 꽃피는 폐허야
이제는 인사도 건넬 수 있는데

 

구월에 떠나간 남자가 커피를 쏟고
칠월에 떠나간 남자가 무릎을 닦아준다
꽃피는 시절은 누구나 눈물겹지만
마른 빗물 자국처럼 곧 희미해지지

 

운전기사는 검은 안경을 쓰고 페달을 밟는다
내가 모든 정류장에 설 줄 알았니?
우리들의 시들한 연애가 휘청거리는 동안
나는 괜한 허공에 삿대질을 해댄다
마침내 먼 곳으로, 아끼던 풍경들이
모두 달아날 때까지

 

시집, 검은 뿔 (2007 천년의시작)

 

1973년 부산 출생
1996년 『현대시』 등단
<천몽> 동인
2007년 시집 『검은 뿔』천년의시작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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