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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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모음 2

휘수 Hwisu 2007. 5. 6. 10:38

1921  황해도 은율 출생
1934  평양 광성보통학교 졸업
        평양 숭실중학교 입학
1944  일본 동경문화학원 문학과 중퇴
1947  극단 <극예술협회>에 입회하여 연출부에서 일하기 시작
1953  군 다이제스트 편집부에 입사. 종합잡지 『신세계』에
        「園丁」을 발표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
1955  국방부 정훈국 방송과에서 음악담당으로 일하기 시작
1957  김광림, 전봉건과 더불어 3인 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자유세계사) 간행
1963  동아방송(지금의 KBS 제 2방송) 총무국에 촉탁으로 입사
1967  일반사원으로 제작부에서 근무하기 시작
1968  김광림, 문덕수와 더불어 3인 시집 『본적지』(성문각) 간행
1969  첫 개인시집 『십이음계』(삼애사) 간행
1976  방송국 정년 퇴임
1977  두 번째 개인시집 『시인학교』(신현실사) 간행
1979  시선집 『북치는 소년(민음사) 간행
1982  세 번째 개인시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민음사) 간행
1984  시선집 『평화롭게』(고려원) 간행
        12월 8일,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뜸
1991 계간 『현대시세계』에서 김종삼문학상 제정

 

부활절 


성벽에 일광이 들고 있었다
육중한 소리를 내는 그림자가 지났다


그리스도는 나의 산계급이었다고
죄없는 무리들의 주검 옆에 조용하다고


내 호주머니 속엔 밤 몇 톨이 들어
있는 줄 알면서
그 오랜 동안 전해 내려온 전설의
돌층계를 올라와서
낯모를 아이들이 모여 있는 안쪽으로
들어섰다 무거운 거울 속에 든 꽃잎새처럼
이름이 적혀지는 아이들에게
밤 한 톨씩을 나누어주었다 
 
掌篇 2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錢 균일床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錢짜리 두 개를 보였다.
 

園 丁


평과나무 소독이 있어
모기새끼가 드물다는 몇 날 후인
어느 날이 되었다.


며칠 만에 한 번만이라도 어진
말솜씨였던 그인데
오늘은 몇 번째나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된다는 길을 기어이 가리켜주고야 마는 것이다.


아직 이쪽에는 열리지 않는 과수밭
사이인
수무나무 가시 울타리
길줄기를 벗어나
그이가 말한 대로 얼만가를 더 갔다.


구름 덩어리 얕은 언저리
식물이 풍기어오는
유리 온실이 있는
언덕 쪽을 향하여 갔다.


안쪽과 周圍라면 아무런
기척이 없고 無邊하였다.
안쪽 흙바닥에는
떡갈나무 잎사귀들의 언저리와 뿌롱드 빛깔의 과실들이 평탄하게 가득 차 있었다.


몇 개째를 집어보아도 놓였던 자리가
썩어 있지 않으면 벌레가 먹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것도 집기만 하면 썩어갔다.


거기를 지킨다는 사람이 들어와
내가 하려던 말을 빼앗듯이 말했다.


   당신 아닌 사람이 집으면 그럴 리가 없다고-.
  
라산스카                                               


바로크 시대 음악 들을 때마다
팔레스트리나 들을 때마다
그 시대 풍경 다가올 때마다
하늘나라 다가올 때마다
맑은 물가 다가올 때마다
라산스카
나 지은 죄 많아
죽어서도
영혼이
없으리

 
漁夫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출처, 간이역에이는시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