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김승해 시모음 본문
1971년 대구 출생
2003년 대구 계명대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조개가 꽃핀다
조개가 꽃핀다
막 물이 드는 문양대로 굳은 껍질
물질 나온 아낙의 해감 안한 맨발 그대로
참숯 칠성판에 누운 조개는
오래 닫아둔 어떤 문을 열었기에
이 들끓음속에서
이 불타는 집에서
다문 입을 열어 맑은 향기로 씹힐 수 있을까
뻘을 건너듯
맨발로 가지런히 건너오고도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은 네가
내 앞에 밀쳐 놓은 마음은
오래오래 되씹히는 맨살의 향기
입 안 어디 찰랑찰랑 물 드는 소리나면
소금기 말갛게 걷힌 얼굴로
네가 구워낸 것은
자운영 꽃밭같은 바다 한 장이었다
2005년 신춘문예 당선시집에서
소백산엔 사과가 많다
소백산엔
사과나무 한 그루마다 절 한 채 들었다
푸른 사과 한 알, 들어 올리는 일은
절 한 채 세우는 일이라
사과
한 알
막 들어 올린 산, 금세 품이 헐렁하다
나무는 한 알 사과마다
편종 하나 달려는 것인데
종마다 귀 밝은 소리 하나 달려는 것인데
가지 끝 편종 하나 또옥 따는
순간
가지 끝 작은 편종 소리는
종루에 쏟아지는 자잘한 햇살
실핏줄 팽팽한 뿌리로 모아
풍경 소리를 내고
운판 소리를
내고
급기야 안양루 대종 소리를 내고 만다
어쩌자고 소백산엔 사과가 저리 많아
귀 열어 산문(山門)소식 엿듣게 하는가
조선일보 2005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달의 발등을 씻다
오래 비워둔 아궁이에 불을 들인다
첫 별을 띄우듯 서둘러 불을 지피면
무쇠 솥 맹물만 설설 끓는 저녁
어스름,
개미귀신의 명주 날개 같은 것이
어디 숨었다 나왔는지
살품을 파고들듯
내려서는 달의 흰 발등
오래 전
정읍의 한 여자
이슬받이로 섰던 그 밤처럼
달은 높이곰 돋아 보름밤
내려선 달의 흰 발등을 씻어보면
우물자리 하나
깊이 패인다
남은 것은
맨발의 감촉 뿐
먼 길 오실 당신이 저 달빛 보시면
얕게 건널 수 있는 강에도 다 젖어
버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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