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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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시모음 1

휘수 Hwisu 2006. 11. 9. 13:38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목포대 국문학과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원광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취득

1982년 고대신문 창간 35주년 기념 현상문예 시부문 당선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및 1996년 월간 『현대문학』 추천으로 시작 활동

1996년 월간 『현대문학』에 「비애와 무상의 시학」을 발표하면서 평론 활동 시작

시집 『간이역』(문학세계사) 및 씨디롬 시집 『작은 엽서』(월간 현대시)

연구서 『김현구 시 연구』(국학자료원), 문화기행서 『강진문화답사기』(시와사람)

『동백숲에 길을 묻다』(세계사)

현재 목포대학교 국문과 교수

 

소금꽃    

 

한여름 신안 증도 태평염전에 가서
한 염부의 작업복에 핀 소금꽃을 보았습니다.

 

소금농사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그래서 소금을 사람이 만든다고 하지 않고
하늘에서 내려오신다고 말하던 그는 오늘
평생 그의 노동을 가두던 염전에
마침내 소금이 되어 누웠습니다
소금이 되어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쓰러져 누운 그의 작업복에서
태평염전이나 다름없는 그의 육신에서
고승의 사리처럼 흰 소금꽃이 핍니다
땀과 눈물의 결정체로 핍니다 소금창고에
썩지 않을 삶의 추억을 쌓던 그의 생애도
단단한 소금이 되어 하얗게 빛납니다.

 

한여름 신안 증도 태평염전에 가서
鹽花가 拈華로 피는 것을 보았습니다.


 길

 

  고개 넘어 산비탈을 따라 길이 하나 내려오고 있다 굽이굽이 허리를 꺾으며 진양조 서러운 가락을 뽑고 있다 청산도에 봄이 와서 산도 바다도 하늘도 온통 푸른데, 하도나 푸르러서 죄 없이 눈물나는데, 술 취한 듯 술 취한 듯 벌겋게 달아오른 길이 하나 비틀비틀 내려오고 있다 내려오다 다른 길들을 만나 중모리 중중모리로 얼크러지고 있다 서로 얼크러져 한바탕 질펀한 춤으로 바뀌고 있다 돌담에 피는 아지랑이며, 봄바람에 살랑대는 보리밭, 유채꽃밭 나비들도 덩달아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저물도록 맺히고 풀리고를 반복하다 마을로 접어드는 길은 그대로 절창이다 신명나는 춤 한마당이다.        

 

산에 들에


산에서 난 사람들은 산을 품고, 들에서 난 사람들은 들을 품는 것인가.

산에서 산 사람들은 산에 묻히고, 들에서 산 사람들은 들에 묻히는 것인가.

그렇게들 산에 들에 온전히 깃들고 싶은 것인가.

그리하여 이 연두색 눈부신 봄날,

산으로 간 사람들은 산이 되어, 들로 간 사람들은 들이 되어 되돌아오는 것인가.

그렇게들 영원히 산과 들로 살고 싶은 것인가.

아, 지상의 모든 것들은 죽어서도 못 잊히는 풍경을 그리워하는 것인가.

그래서 오늘 저 산과 들의 바람까지도 산, 들, 산, 들 나직이 호명하며 부는 것인가.

진정 그러는 것인가.

 

나뭇잎 한 장

 

마른 잎 한 장이 떨어져 내린다.

바람의 등에 업혀 곡선의 길을 간다.

놀라워라, 저 평생의 다이어트!

나뭇가지에 모든 걸 내려놓고 팔랑,

팔랑 마른 잎 한 장으로 돌아가는

마른 잎 한 장으로 친정(親庭)에 드는

어머니.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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