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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 박제천 공저『시를 어떻게 쓸것인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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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 박제천 공저『시를 어떻게 쓸것인가』

휘수 Hwisu 2006. 7. 1. 08:38

강우식, 박제천 공저『시를 어떻게 쓸것인가』(문학아카데미 간행)수록


< 명쾌한 표현 >


예시작품 ② 초역분

① 한 돌을 다른 돌과 비빔으로써
세상은 밝아지듯,
네 살이 내 위로 지나감으로써
나를 이루고 있는
습한 물질이 불길에 타오른다

② 이 밤 내가 죽으면
내 몸은 그 힘을 빼앗기리라
아주 천천히,
나긋나긋한 팔다리는 돌이 되겠지
돌 위 수인(囚人),
목구멍에서 떠다니는 중얼거림으로
나는 당신을 부를 거야, 당신
너무 멀리 있는 당신

내 어찌 당신의 이름이
저 어둠 속으로 내가 끌고 들어가는
침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참고]

①의 취약점은 시성(詩性)보다는 산문성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라 하겠다. ‘~으로써’의 연이은 사용으로 시의 맛이 한결 떨어지고 어느 정도의 리듬감도 고려해야 한다. ‘네 살이 내 위로 지나감으로써’는 ‘너의 살이 내 몸을 스치면서’ 정도로 고치는 게 좋겠다. 끝 부분은 ‘나를 이룬/습한 물질의 타오름’도 괜찮을 것이다.
②에서는 ‘당신’의 빈번한 사용으로 훌륭한 시상을 깎는 결과를 빚고 있다. 원시에 분명히 씌었다 하더라도 우리말의 흐름으로 볼 때, 불필요한 주어·목적어는 약해도 무방할 것이다. 편의상 다음과 같이 고쳐 보았다.

이 밤 숨을 거두면
내 몸은 그 힘을 잃으리라.
가만가만,
돌로 굳어 가겠지
보드라운 팔과 다리는.
돌에 갇힌 목잠긴 바램으로
나는 부르리 그대를

너무도 머언 그대
그대 이름은
저 어둠 깊이로 침잠하는
침묵일까

예시작품 ②는 멕시코의 여류시인이자 작가인 알리네 페터슨Aline Pettersson의 작품 두 편이다. 그에겐 시집으로 『나는 나자신의 노예』, 소설집으로 『죽음의 계획』등 4권이 있으며 현재 대중교육비서국에 근무중이라 한다. 1938년생이다.
위의 작품은 연작시 중 2편이다. 원작자는 번호만 달아 작품을 구분하고 있다. ①의 ‘돌과 돌을 비벼서 세상이 밝혀진다’는 구절은 뜻이 명쾌하지 않다. 따라서 부싯돌을 연상해 수정분처럼 바꾸었고, 습한 물질 역시 모호하였으나 수분이란 단어를 찾아냄으로써 해결을 보았다.
②는 죽음에 대한 가정이다. 시인들이 흔히 쓰는 소재지만, 죽어서 돌이 된다는 착상이 신선하다. ‘돌의 수인’을 생략하고 돌이 된다는 가정형으로 간추렸다. 원작은 스페인어로 씌어졌으나 번역은 영어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예시작품 ② 수정분

①돌과 돌이 맞부딪쳐
밝히는 한 세계
그대 살이 내 위를 지나갈 때마다
불길로 타오르는
내 살의 水分

②오늘밤 내가 죽는다면
내 살덩어리의 힘부터 빠져 나가겠지
그나마 느릿느릿
나긋하기 그지없던 팔다리는
돌로 되겠지
그대를 부르는 내 소리는
목구멍 쯤에서 가래 소리로 끓겠지
그때도 그대를 부를 거야, 그대
너무 먼 그대여
그대의 이름을 외칠 수 있을까
그 침묵, 마침내 내가 끌려 들어가는
그 어둠 속에서도

출처, 프리즘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