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하고 이상한 순간 / 휘수]

[흐릿하고 이상한 순간 / 휘수]

 

 

잠을 자다 일어나면, 흐릿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때가 아침인가 했는데 늦은 저녁이었거나, 밤인가 했는데 여전히 햇살 찬란한 이른 오후이었거나. 상황을 이해하느라 잠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잠을 잔 시간이 짧았거나 너무 길었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물 한잔을 들고 발코니 창을 열었다. 새롭게 깨달은 상황 속으로 정신 차리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고 새가 지저귀고 가끔 나뭇잎이 낙하하기도 했다. '세상은 평화로운 것인가, 이렇게 고요하고 잔잔하게 이상하다니.'

 

그런 때는 나와 세상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서로에게 상관없는 관계 같았다. 나는 외따로이 이 발코니에서 찬물을 마시는 중이었고, 세상은 너 따위가 어디에 있든 어떤 기분이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바빠 보였다.

 

사람은 그럴 때 외로워지는 것일까. 나는 지금 외로운 것일까.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면 다시 졸음이 쏟아질 것처럼 아련해졌다. 갈등이 시작되었다. 다시 잘까, 세수하고 약속을 잡을까, 아니, 혼자 드라이브나 갈까.

 

아마도 그대로 소파로 돌아가 누워버렸을 것이다. 무슨, 양치만 하고 커피 한잔을 텀블러에 담아 외출했을 것이다. 내 기억 속에는 두 가지 행동이 다 들어 있다. 언제 잠에 투항했는지, 언제 외출했는지 모르겠다. 내 기억도 흐릿하고 이상한 순간처럼 뒤섞여 있었다.

 

맞다. 졸다가 깬 나는 지금 흐릿하고 이상한 기분에 젖어있다. 발코니 창을 바라보니 날씨마저 흐릿하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무려나, 지금 나는 디카페인 커피 한잔을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이 지금의 흐릿하고 이상한 순간에 대응하는 나의 선택이다.

 

(20221129 화 13:15)

 

 

[Blurry and strange moment / Hwisu]

 

 

When I woke up from sleep, I used to feel blurry and strange. I thought it was the morning, but it was late in the evening, or it was night, but it was still a bright early afternoon. I looked around for a moment to understand the situation. And I used to realize that my sleep time was short or too long.

 

I opened the balcony window with a glass of water. It was because I had to wake up and enter the newly realized situation. The wind blew, the birds chirped, and sometimes the leaves fell. 'Is the world peaceful? It's strange that it's so quiet and calm.'

 

At that time, I felt like I and the world were completely separated and had nothing to do with each other. I was drinking cold water on this balcony alone, and the world seemed busy not caring about where I was or how I was feeling.

Do people become lonely at such moments? Am I lonely now? When I lowered my head and was lost in thought, I felt faint as if I would fall asleep again. Conflict began. Should I sleep again, wash my face and make an appointment, or no, should I go for a drive alone?

 

probably I would have gone back to the sofa and lay down. What, I would have just brushed my teeth and put a cup of coffee in a tumbler and went out. Both actions are contained in my memory. I don't know when I surrendered to sleep or when I went out. My memories were also mixed up like a blurry and strange moment.

 

That's right. I now woke up from dozing off and now. I'm in a blurry and strange mood. Looking at the balcony window, even the weather is cloudy. What choice do I make?

 

Anyway, right now I'm sitting in front of the monitor with a cup of decaffeinated coffee and writing this. This is my choice in responding to the current blurry and stranse moment.

 

(Tue, Nov 29, 2022 13:15)

 

#작년산책길에만난구름

#Clouds I met on walk last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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