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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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시모음 2

휘수 Hwisu 2007. 3. 21. 06:48

1958년 서울 출생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당선

시집『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1988, 문학과지성사)

『슬픔이 나를 깨운다』(1992, 문학과지성사)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1994, 문학과지성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1998, 문학과지성사) 

산문집 『나는 고독하다』(1997, 문학동네)  

『육체는 슬퍼라』(2000, 푸른책들)

어른을 위한 동화 『지붕 위의 사람들』(2002, 문학동네)

1999년 동서문학상 수상

2005년 2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담쟁이


만져보는 거야.
네 입술을.
네 입술의 까슬함과 도드라짐.
한숨과 웃음.
만져보는 거야.

 

만져보는 거야.
네 귀, 네 콧망울과 콧등, 눈두덩.
까슬함과 보드라움.
헤아리지 않아,
그냥 만져보는 거야.
네 가슴,
네 등, 네 엉덩이
허벅지와 발꿈치.

 

만져보면서 가는 거야.

 

시집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문학과지성사 1998)

 

자명한 산책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금빛 낙엽들
햇살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도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 속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데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낙엽 더미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

 

보도블록과 나 사이에서
자명하고도 자명할 뿐인 금빛 낙엽들

 

나는 자명함을
퍽! 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하다.


조용한 이웃


부엌에 서서
창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딱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잔가지들이 무수히 많고 본줄기도 가늘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


 

출처, 간이역에이는시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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