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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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 권혁웅

휘수 Hwisu 2007. 7. 15. 13:12

1967년 충북 충주
고려대 국문과와 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평론)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으로 등단
2000년 제6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저서 <한국 현대시의 시작방법 연구> <시적 언어의 기하학>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2001년 문학세계사

        <마징가 계보학>2005년 창비

현재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

문예중앙' 편집 동인

 

하마 / 권혁웅 
-지하생활자 
 

  덥고 습한 여름이었다 벽지 위로 곰팡이가 슬금슬금 기어가는 중이었다 달력에서 오려낸 해변이 침식되어 가는 것이 보였다 반지하 방안에서 그는 밤에만 떠올라왔다
 벌린 그의 입은 무척 컸다 가끔 알아듣지 못할 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하마는 밤에 나와
 나무 뿌리나 풀을 뜯어먹는다

 


  나는 그의 집을 아침저녁으로 지나쳤다 반지하 방은 누설되기 위한 공간이었다 정방형으로 관찰되는 生, 그는 짧고 굵은 다리와 둥그런 배를 가졌다 무엇이 그의 슬픔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그가 재단했던 프레스機가 그를 재단했을 것이다

 河馬를 말이라 부르는 것은 물론,
 날렵해서가 아니다

 


 어느 날 그가 사라졌다 얼마 안 되는 세간이 그를 따라 가출하자 그 방은 텅 비었다 벽에 몇 개의 손가락을 걸어두고 갔다고도 했고 내가 지나치면 황급히 쉼표를 찍곤 하던, 불법이었던 南國의 文章을 그가 마저 읽었다고도 했다
 소문은 금세 옆집으로 건너간다 그게 미안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이 교체,

 

 방구석에 놓여 있던 하마는 물을 잔뜩 먹어 뚱뚱했다
 갈아주어야 할 시간이었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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