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제 시, '사내와 구두'에 대한 이승엽 선생님의 리뷰를 가져왔습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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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 '사내와 구두'에 대한 이승엽 선생님의 리뷰를 가져왔습니다.)

휘수 Hwisu 2021. 1. 20. 08:43

(제 시, '사내와 구두'에 대한 이승엽 선생님의 리뷰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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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글은 작가인 휘수님께 선물 받은 시집 '구름-북소리'에서 그녀의 시를 읽고 나름 느끼는 마음을 맘대로 긁적인 것에 불과함을 밝혀 둡니다.

 

가을...

흔히 남자의 계절 이라고 한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기에 봄과 여름 동안에 노력한 남자들의 전성기임을 일컫는 표현 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확이 끝난 후의 벌판을 보라. 풍요로움은 간 곳이 없고 황량함만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오색의 화려한 자연의 축제가 지나고 낙엽이 바람에 이리저리 바닥을 뒹굴 때 즈음의 포차에는 철지난 가을남들의 가을 타령이 구슬프다. 어디 그 뿐이랴. 혹자는 풍요로움을 경험이나 하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멜랑꼴리를 읊어대지만... 가진 것 없이 밥그릇 수만 늘어 난 집안의 가장은 그나마도 사계절 전부가 철 지나버린 가을인 것을....

 

여기 한 사내의 끈 달린 구두를 보라. 측은하다 못해 처절함마저 보인다. 그의 발을 상상하는 것 조차 험해져 가슴이 짠 해 온다. 가을 바람에 잠깐이라도 시름을 놓아보려 찾아든 막소주 집에서는 주인장의 농익은 미소와 말재간에 잠시 더 자리를 보전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가 없다. 집에는 작업복 안주머니에 들어있는 쥐꼬리 만한 월급봉투를 기다리는 채무자들의 안타까움이 어깨를 짓누를테니... 이는 계절이 주는 감성도 현실의 무게를 어쩌지 못함이리라.

 

차가운 사내의 등이 어두운 골목을 향할즈음... 바닥이 고르지 않은 신발을 신은 느낌을 아는지... 뒤뚱뒤뚱... 풀어 놓은 끈 때문인지, 지쳐 무거워진 발 때문인지 지익지익 끌리는 소리마저 요란한 낡은 구두의 소리가 멀어져간다.

 

고흐의 구두와 휘수의 구두는 같으면서 다르다. 고흐의 구두는 실체가 없는 구두의 주인에 대한 설이 많은 철학자들의 입을 통해 회자되고 있지만, 휘수의 구두에는 그 실체를 막소주 집에 보이며 구두에만 다시 집중을 시킨다. 그리고, 그 구두에는 다른 사람이 아닌 읽고 있는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떠나가는 가을을 보며 아쉬워도 잡지 못하는 무기력감을 두려워하는 촌부의 모습으로...

 

끈 풀린 구두 안의 엉망인 발을 내 보이게 될까 두려워하는 내 모습으로.... 휘수의 이 글을 읽으면서 지나 온 많은 길을 오직 날 위해 무릅써 준 내 발에 , 그리고 견디어 준 내 구두를 슬그머니 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