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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제목없는 사랑 / 김승희 본문
제목없는 사랑 / 김승희
죽어 버릴까.
아니면 이 불행한 삶을
계속해야 하나,
해질 무렵이면
언제나 화두처럼 떠오르는 이 질문을
가슴에 안고
아가를 업은 나는 골목을 서성인다.
이혼을 할까.
아니면 우울한 결혼을
계속할 것인가,
가령 이 질문은 언제나 그 질문과 같아서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롯데 백화점 앞 네거리 스타트라인 위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져 버린 중고차처럼
사방에서 경음기 소리 들려오는데
혼자서 울고만 싶은 백치성이 있다
절망 때문에 결혼을 하여
그 절망을 두 배로 만들고
허무 때문에 자식을 낳아
그 허무를 두 배로 만들었으니
자꾸만 약효가 안 듣는 약을
자가처방하고 있는
너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해질 무렵이면
약방의 진열대 뒤에 서서
자꾸만 이름모를 약을 조제하고 있는
하얀 슬픔의 가운을 걸친
너를.
약효를 남먼저 시험해 보느라고
두 눈을 감고 자꾸만 쓰디쓴 약을
삼켜보고 있는 너를.
아가를 업고
서성이는 골목길 안에서
나는 너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네가 만든 영화 속에
나는 몹시 아픈 환자의 역할을 맡은
약물시음용 배우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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