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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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장례식 / 김충규

휘수 Hwisu 2006. 3. 17. 00:05

 

 

 


 

 

구름의 장례식 / 김충규

 

 

비를 뿌리면서 시작되는 구름의 장례식,

 

가혹하지 않은 허공의 시간 속에서 행해지는 엄숙한,
날아가는 새들을 휙 잡아들여 깨끗이 씻어 허공의 제단에 바치는,
죽은 구름이 살을 찢어 빗줄기에 섞어 뿌리는,
그 살을 받아먹고 대숲이 웅성거리는,
살아있는 새들이 감히 날아갈 생각을 못하고 바르르 떠는,
하늘로 올라가는 칠 일만에 죽은 아기의 영혼을 아삭아삭 씹어먹는
산 자들은 우산 속에 갇혀 보지 못하고 죽은 자들만이 참여하는,
지상에 흥건하게 고이는 빗물에 살  냄새가 스며 있는,
그 순간 나무들의 이파리가 모두 입술로 변해서 처연하게 빗물을 삼키는
손가락으로 빗물을 찍어먹으면 온 몸에 구름의 비늘이 돋는,

 

비를 그치면서 끝나는 구름의 장례식.


 

현대시학 (2006년 3월호)

 

 

김충규 시인 


 1965년 경남 진주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8년 문학동네 문예공모 시 당선 
 제1시집 [낙타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제2시집 [그녀가 내 멍을 핥을 때] 
 현재 문학의전당 대표

 계간 <시인시각> 발행인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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