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스크랩] 문학 이야기 - 詩는 어떻게 쓸 것인가 9 본문
시어(詩語)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기에 앞서 '시가 무엇이냐'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많은 시인들이 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시에 대한 정의는 자신의 문학관의 표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시는
율어(律語)에 의한 모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는 운율적 구문이며....이성의 도움에 알맞는 상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쾌락과 진리를 결합시키는 기술이다.....그리고 그 본질은 발견하는 것이다. ( 사무엘 존슨)
☆시는 일반적 의미에서 상상의 표현이다. (셀리)
☆시는 시적 진리와 시적 미의 법칙에 의한 비평에 알맞는 상태에
있는
인생의 비평이다.(메슈 아놀드)
☆나의 시는 나의 참회다. (괴테)
☆시는
체험이다.(R.M. 릴케)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T.S.엘리어트)-------감정의 일반화와 언어화를 지적
☆詩三百
一言而蔽之曰 思無邪(공자)
☆詩言志(書經)
☆시는 우주의 생명적 본질이 인간의 감성적 작용을 통하여 표현되는
언어의 통일된 具象이다.(조지훈)
☆시는 언어의 건축이다.(김기림)
이들 정의들이 시의 모든 것을 다 말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의 정의들 중에서 공통된 사항을 정리한다면
'시는 정서와 상상의 문학이며 운율적 언어로 생명의 해석과 체험의 표현' 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하게 해석되는 시(詩)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대표적인 요소는 시어, 리듬, 이미지, 표현기교,
소재,주제,행과 연의 형태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은 시어(詩語)이다.
시의 본질이 언어예술이란 점으로 보아 시어의 중요성에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물론 특수한 예로 그림이나 기호로 쓰여진 시들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시도일 뿐, 시의 일반적 모습은 아니다.
발레리는 "시는 언어의
연금술(鍊金術)"이라고 했다.
이 말은 시를 쓰는 작업은 시정신을 가다듬고 내적 체험을 응결시키는 일이며,
언어와의 대결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언어를 깎고 다듬고 손질하고 매만져서 그 정수(精髓)를 캐내는 일이
곧 시인의 시작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문학의 한 갈래이다.
'문학'이란 말이 어렵다면 그냥 '글쓰기'라고 생각해도 된다.
글쓰기란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표현의 한 방법이다.
시도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의 한 갈래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것을 의외로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어떻게 글로 나타내야할 지를 모르겠다며
하소연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그
런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지금 내게 말하듯이 그냥 글로 옮기면 된다고 일러주면
그게 그렇지 않다면서 공연히 글쓰기를 무슨 대단한 일로 신비화시킨다.
글은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을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아름다운 글을 써야하고, 의미가 그럴듯한 철학적 주제를 담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글은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
특히 시쓰기를 어려워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자신이 무엇을 시 속에서 말하려 했는지 조차 뚜렷하지 않아
자신이 시를 써놓고도 이내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탁
트이고 수평선만 내다보이는
바다를 보았다면 무슨 생각이 맨 먼저 들었을까?
① 넓다/푸르다/ 물결이 진다/
잔잔하다/ 반짝인다
② 시원하다/ 춥다/ 음산하다/짭조름하다/ 비릿하다
③ 유리 같다/ 거울 같다/ 들판 같다/
목장 같다/ 호수 같다
④ 소근거린다/ 비밀이 담겨 있다/ 또 하나의 세상이다
등등의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①은 최초의 감각이며 시각적이다.
'넓고 푸른 물결이 반짝인다'고 쓰면 바다의 모습을 쓴 글이 된다.
②는 느낌을 쓴 것으로 촉각과 미각의 감각이다.
'시원한 바람이 비릿하게 코끝을 스쳤다' 고 쓸 수 있다.
③은 눈에 보이는 시각적 현상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유리처럼 반짝이는 바다'라고 쓰면 바다가 햇살을 받아
유리처럼 매끄럽게 빛나는 모습과 유리의 날카로움이 겹치게 된다.
④는 주관적 느낌이다.
'바다는 늘 소근거렸다'고 쓸 수 있다.
앞의 예로 든
글쓰기는 모두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쓴 것이다.
여기서 ①과 같이 단순한 시각적 느낌만을 썼다고 해서 질이 낮은 글이 되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의 처지와 느낌, 그리고 상황에 따라 느낀 바 그대로 솔직하게 쓰면 된다.
다정한 친구와 여행을 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귓가에 속삭이는 바다'의 다정함으로 비칠 수도 있다.
엄마한테 꾸지람을 듣고 서러운 마음에 찾아
온 바다는
결코 '거울 같이 반짝이는 바다' 일 수 없다.
즉 자신의 생각이나 상황과 다른 글을 쓰면 글 전체로 보았을 때
어울리지 못하는 구절이 되어 쓰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옷에 단추를 달아야 하는데 단추 대신 값이 나가는 동전을 가져다가 꿰맸다고
어울리는 옷이 될 것인가?
그러나 예외는 있다.
엄마한테 야단을 맞아 슬픈 마음으로 바다를 찾아 왔는데,
바다가 거울같이 반짝이고 있었다고 생각이 되었다면,
분명 다음 구절에는 '나의 슬픈 마음을 바다에 비추어 보며 위로를 받는다'는
상황의 구절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즉, 일반적 사고와 다른 대비적 상황이 놓여진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계기(이유)가 전제될 수 있어야 시작품의 구조적 필연성이 성립된다.
이유나 상황제시가 없이 돌발적인 대립적 의미는 타당성이 없는 표현이 된다.
우선
글을(시를) 쓸 때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나타낼 수 있어야 비유도 성립되고 상징도 이루어질 수 있다.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 글을 쓰게되면
글쓰는 흥미도 사라지고 마음에 부담만 되어 오히려 쓰지 않음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나는 글쓰는 재주가 없는가 보다', '글은 전문적인 시인이나 소설가나 쓰는 건가 보다.'
'글은 천부적인 재질이 있어야 하는가 보다.' 등등의
글쓰기 최대의 부정적 상황까지 자신을 내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을 비하시킬 필요는 없다.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문자언어로 바꾸는 작업은
문맹자가 아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각을 드러내기도 전에 멋을 내거나,
꾸미려 애쓰기 때문이다.
생각이 나타나지 않는 글은 글이라 할 수 없으며,
읽는 이에게 그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 '무늬만 글인 것'이 되고 만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 될 것을 '아름다운 배가 고프다'라든가,
'조각달 같은 배가 쪼르르 고프다'고 한다면 본래의 뜻을 나타낼 수 없다.
우선 글이 된 다음에 비유도 상징도 성립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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