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스크랩] 문학 이야기 - 詩는 어떻게 쓸 것인가 11 본문
나. 연상(聯想)을 이용한 상상력의 확대
무심코 길을 가다가
돌멩이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고 하자.
A: 아무 생각 없이 툭툭 털고 일어나 가던 길을 간다.
B: "으- 재수
없어." 하고 가던 길을 간다.
C: "어? 이게 뭐야? 왜, 여기 있지? 아, 그래 엊그제 도로공사를 했지?" 하면서 간다.
D: "어? 이게 뭐야? 어디서 굴러왔지? 이 놈도 머잖아 모래가 될텐데.
인생은 다 그래."하며 오늘 저녁 이 돌멩이를 가지고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간다.
여기서 촉발된 계기는 네 사람이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A는 아무런 생각도 가지지 못했고,
B는 재수 없다는 생각은 가졌으나 더 이상의 확장된 생각이 없었다.
C는 사물에 대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생각을 가졌으나 사실에만 머물렀다.
그리고 D는 촉발된 계기를 가지고 상상을 통해 인생의 문제로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바람직한 시쓰기 태도는 마지막 경우이다.
연상의 과정이 의미 있는 ―쓸 만한 가치가 있는 방향으로 생각이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연상과 상상의 확장 속에서 드디어 유치환 시인은 <바위>를 바라보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라고 자신의 생명에 대한 의지를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시상의 확장은 소재의 발견임을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즉 뛰어난 시인은 소재(자연물이든 자연 현상이든,
아니면 사람이 만든 인공물이든)에 내재(內在;안에 이미 담겨 있는)한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끌어다 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창조적 의미라고 한다. 애초에 창조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극단적 견해도 있다.
'시는 자연의 모방'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말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은 시는 자연(사물과 현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것을 언어로 쓴 것이 시(문학)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길에서
야바위꾼이
동전으로 돈 놓고 돈 먹기를 벌이고 있는 장면을
모여 선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보고서
'이런 것이 바로 인생이구나' 라는 깨달음(발견)을 가지고 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동전은 다섯 개뿐
던지면
결과는 뻔하다
앞
아니면
뒤
그래도 속임수로
섞고
바꾸고
던지고
받고
순열과 조합 다 해봐도
달라질 수사 없어
돈을 대면
눈깜짝할 사이에
물주가 먹어버린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동전을 다섯 개뿐
앞
아니면
뒤
달라진 것은 없다
누가 돈을 먹는가
그것밖에는
김광규 <야바위> 1983년 『세계의 문학』 봄호
김현 평선 『거대한 낙원』에서
야바위꾼의 동전치기에서 시인이 발견한 것은 동전의 양면이 인생의 삶과 죽음이며,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으로 나뉘어진다는 사실이었다.
누가 먹든, 아니면 먹히든 둘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이미 정해진 사실,
이것이 바로 인생이란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김광규 시인 이전에 살아온 지금까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정도의 깨달음은 알고 있었다.
다만 야바위꾼의 동전치기에서 인생을 새롭게 발견한 사람은 김광규 한 사람 뿐이란 사실이며,
이러한 개인적 발견이 이 시를 쓰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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