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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문학 이야기 - 詩는 어떻게 쓸 것인가 12

휘수 Hwisu 2006. 1. 12. 00:54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상의 확장을 생각해볼 단계다.

다음의 김수영 시 <푸른 하늘을>에서 시상이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가 보자.



푸른 하늘을 制壓하는

노고지리가 自由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는 詩人의 말은 修正되어야 한다



自由를 위해서

飛翔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自由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革命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김수영 <푸른 하늘을>, 1984년 김수영 시선『거대한 뿌리』



푸른 하늘→노고지리→ 자유→시인의 말←수정되어야 함---- 1연

비상→자유←사람 --------------------------------------+

노고지리의 노래→자유←피의 냄새 | 2연

혁명→고독 ---------------------------------------------+

혁명←고독 ---------------------------------------------- 3연



1연에서는 노고지리가 하늘 높이 나는 것을 보고 자유롭다고 느끼는 잘못된 생각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2연에서는 수정 요구의 이유가 시상의 확장과 함께 제시된다.

'비상→자유→피의 냄새→혁명→고독'의 시적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알기 쉽게 살펴보면 자유를 위해 비상하려면 피를 흘려야 하고,

그 피는 혁명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혁명은 끝내 자신을 고독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즉, 노고지리가 자유롭게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피를 흘리며 혁명을 꿈꾸며 고독한 삶을 살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요,

혁명의 피를 흘리지 않은 자유는 무의미함을 말하고 있다.

3연에서는 혁명은 고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르헨티나인으로 쿠바의 무장혁명을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성공으로 이끌었던

체 게바라가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말했던 그 불가능한 꿈은 바로 이 고독이란 것이었으리라.



이러한 시상의 전개는 그 밑바탕을 이루는 이념과 사상이 확고하기에

가능한 시상의 확장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들은 이러한 하나의 시상이 또 다른 시상을 물고 나와

시적 의미가 심화되고 확장되면서 주제를 형상화하게 된다.

다음의 시는 우리가 친숙한 김소월의 시다.



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진달래꽃, 매문사, 1924>



1연에서 '부서진 이름-헤어진 이름-주인 없는 이름-내가 죽을 이름'으로

그 사람의 이름은 확장되어 간다.

이러한 1연에서의 확장된 심상은 시 전체 구조에 관련되어 있다.

즉, 1연에서 5연까지 '임의 부재(죽음의 슬픔)-고백하지 못한 안타까움

-시간적인 배경(허무함) -공간적인 배경(거리감)-설움의 극한 상황(슬픔의 응집)'이라는

확장된 의미로 전개되어 가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선 채로 돌이 된다'는 것은 살아 있는 형상이지만

죽음의 상징인 망부석(돌)의 이미지로서 현실 부정과 초월 의지로 볼 수 있다.

여기서의 현실 부정은 조국을 일제에 빼앗긴 시대적 상황에 대한 부정과

그에 대한 내면적 극복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의도적인 여성적 화자를 내세운 것은 개인적 심상이

시대적 상황과 조국에 대한 애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러한 시상의 확장 단계에서는 반드시 '필연성(必然性;반드시 그러함)

또는 개연성(蓋然性;그럴 수 있음)'이 따라 주어야 한다.

아무런 인과성이 없이 나열된 시어나 심상(이미지)의 제시는

시를 난삽하게 함은 물론 이해할 수 없는 시로 만들어 버린다.

이해할 수 없는 시를 시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초현실주의적인 의식의 흐름을 도입한 시들에서 느끼는

 난해성(難解性)과는 다르다.

난해성은 이해의 어려움이 있을 뿐,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은 논란의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초현실주의적 시인 이상의 시를 살펴보면

난해성의 의미를 잘 알 수 있다.

출처 : poet ... 휘수(徽隨)의 공간
글쓴이 : 휘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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