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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강금실.아직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휘수 Hwisu 2006. 6. 2. 08:49
강금실. 아직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공황상태에 빠진 열린우리당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완패는 일찌감치 예견되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현실은 아프기만 할 뿐이다. 이처럼 감당하기 어렵게 아프기만 한 까닭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완패했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냉정하게 분석하자면, 한나라당의 압승이라기보다는 열린우리당을 위시한 소위 진보정치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정치집단이 스스로 무너진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비단 전북 한곳을 겨우 승리한 열린우리당 뿐 아니라 광주. 전남에서 승리했다며 ‘이제 자신들이 민주세력의 적통(嫡統)을 이었다.’고 한껏 고무되어 있는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이며, 진보정당임을 자임해온 민주노동당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위 진보정치세력을 자처하는 이들 3당의 득표율을 모두 합쳐도 한나라당의 절반에 겨우 턱걸이 하는 현 상황은 분명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국한된 위기가 아니라 민주세력을 자임해온 정치집단 모두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향배는 진보정치세력에 대해 지극히 냉담하며 준엄한 심판을 내린 반면, 보수 기득권 정치집단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한 태도를 보임으로서, 현재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집단들이 얼마나 민심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의 참패로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여당은 전국정당이 아닌 전북당으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향후 있을 지도 모르는 정계개편 논의에서 조차 145석을 보유한 원내 1당이면서도 10석에 불과한 민주당으로부터 ‘당대당 통합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입당하면 받아주겠다.’는 수모를 겪어야 할 정도로 절망적인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리더쉽의 상실이 가장 큰 패인

이번 선거에서 여당의 패인은 너무도 많다.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여당의 무소신과 무능을 성토할 정도로 여당은 무능하고 믿을 수 없는 정치집단으로 인식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대 다수 유권자들은 여당이 표방하는 공약이 무엇인지 조차 알려하지 않았다.

지방자치선거 외의 외부적인 환경 또한 녹록하지 않았다. 경의 철도 시범운행 무산은 참여정부의 거의 유일한 치적이라 할 수 있는 대북정책에서조차 현 정부의 협상력의 한계를 드러내었으며, 어이없게도 ‘매니패스토’의 함정은 야당의 부패나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조차 ‘네거티브 정치’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되는 비상식적인 선거풍토가 조성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지충호씨의 테러사건 등이 이어지며 야당이 미처 여당의 약점을 건드리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여당이 정국을 주도해야 할 여당으로서의 리더쉽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선거를 치루기도 전에 이미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거론해야 할 정도로 무기력한 정치집단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당 지도부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야당의 싹쓸이를 막아주십시오!”란 오직 한 마디 뿐 이었다.


강금실 후보가 울지 않은 까닭

선거 기간에 강 후보가 영세민의 쪽방을 방문하여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보도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법관으로서 변호사로서 혹은 장관으로서 비록 그의 삶이 순탄하지 많은 고난과 극복의 여정이었다지만, 하루하루를 연명하기에도 삶이 벅차기만 한 서글픈 쪽방촌 사람들의 모습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강후보의 유세장면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심지어는 72시간 유세라는 실로 믿기 어려운 초인적인 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과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세훈 후보와 30% 이상 벌어진 격차를 끝내 좁히지 못하고 마무리 되는 다소 허탈한 결과로 마무리 되었지만 그는 마지막 기자회견에 웃고 있었다. 억지로 짓는 미소가 아니라 밝은 웃음이었다.

그가 완패를 당하고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는 자발적 지지자의 진심을 읽어낸 것 같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몰려든 지지자들의 진심어린 지지가 그에게 정치인 강금실로서의 자신감을 가지게 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최선을 다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출마를 앞두고 말해왔던 ‘아름다운 패배’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킨 것’ 외에도 당 지도부조차 선거를 포기한 상황에서 조자 ‘자신과 지지자들만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제 그는 큰 짐을 벗어놓은 듯 홀가분하겠지만, 현실은 그에게 자연인으로서의 안식을 허락하지 않을 듯 하다. 무엇보다 리더쉽과 정체성의 상실과 만연된 패배주의로 궤멸에 직면한 여당과 더 나아가서는 범 진보세력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데 어떤 모습으로든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할 책무가 그에게 요구될 것이다.

물론 자연인으로 남아 자유를 만끽하든지 아니면 정치인 강금실로서 만연된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밝은 정치의 새 지평을 여는데 일조하는 한 알의 밀알이 될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지지할 정치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많은 진보적 시민들은 그가 정치인으로 그들의 곁에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원할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그가 보여준 열정과 진정성을 앞으로도 지켜갈 수 있다면 우리가 그와 같은 시대에 살게 되었던 것을 진정으로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출처 : 알부자
글쓴이 : 땡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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