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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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 최정례

휘수 Hwisu 2007. 11. 23. 02:27

1955년 경기도 화성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1990년「현대시학」에 시「번개」등으로 등단
1999년 제10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숲](민음사, 1994)
[햇빛 속에 호랑이] (세계사, 1998)
[붉은 밭] (창비사, 2001)


 

발자국 / 최정례

 

무슨 새의 발자국이 눈 위에 총총총

몇 번 찍고 사라진 흔적 앞에

휘파람새

휘파람새를 본 적도 그 소리를 들은 적도 없는데

얼떨결에 그 이름 입에 담네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

백지 한가운데 흩뜨려놓다가 한줄기 휘파람따라

사라질 것 같네

 

이 계곡이 숨겨놓은 눈사태보다도

털짐승의 갑작스런 출몰보다도

발밑

얼어붙은 계곡 물의 깊이가 더 무섭네

 

휘황찬 상점의 유리에 비쳤던

순간의 그림자처럼

무슨 짐승이 날개를 친 흔적도 없이

앞뒤없이 백지 위에 발자국만 남겼나

 

엄마, 위인전 읽다가 태어난 연도보다 죽은 연도를

몰라서 물음표가 되어 있으면 그 속으로 빨려드는 거

같애. 예를 들어 장영실(?~?), 이걸 보면 너무 무서워

서 확 넘겨버려. 아이가 말할 때

 

어디선가 휘파람 한줄기 내려오면서 회오리 속으로

머리채를 잡아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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