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박목월 시모음 본문
박목월(朴木月,1916~1978).
경북 경주출생. 본명은 영종.
<문장>지에
<길처럼>,<연륜>(1939)등이 추천되어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조지훈,박두진 등과
더불어<청록집>(1946)을
간행하여 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애절한 서민의 정서를 민요조
가락으로 읊었으며,
이후 따스한 가족적 유대의 시를 남기고, 만년에는 신앙에 깊이
침잠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
잡지<심상>을 간행했고, 동요집으로
<박영종 동요집>(1946),동시집으로<초록집>(1946)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산도화>(1955),<난.기타>(1959),<산새알
물새알>(1962),
<청담>(1964),<경상도 가랑잎>(1968),<무순>(1976)등이
있고,
자작시 해설집으로 <보랏빛 소묘>가 있다.
박목월(朴木月,1916~1978).경북 경주출생. 본명은
영종.
<문장>지에 <길처럼>,<연륜>(1939)등이 추천되어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조지훈,박두진 등과 더불어<청록집>(1946)을
간행하여 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애절한 서민의
정서를 민요조 가락으로 읊었으며,
이후 따스한 가족적 유대의 시를 남기고, 만년에는 신앙에 깊이
침잠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
잡지<심상>을 간행했고, 동요집으로
<박영종 동요집>(1946),동시집으로<초록집>(1946)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산도화>(1955),<난.기타>(1959),<산새알
물새알>(1962),
<청담>(1964),<경상도 가랑잎>(1968),<무순>(1976)등이
있고,
자작시 해설집으로 <보랏빛 소묘>가 있다.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가정(家庭)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빈 컵
빈 것은
빈 것으로 정결한 컵.
세계는 고드름 막대기로
꽂혀 있는 겨울 아침에
세계를 마른
가지로
타오르는 겨울 아침에.
하지만 세상에서
빈 것이 있을 수 없다.
당신이
서늘한 체념으로
채우지
않으면
신앙의 샘물로 채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나의 창조의 손이
장미를 꽂는다.
로오즈
리스트에서
가장 매혹적인 죠세피느 불르느스를.
투명한 유리컵의
중심에.
윤사월(閏四月)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이별가(離別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청노루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하관(下棺)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산 도 화
산(山)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山桃花)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출처, 시와창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