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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떠도는 차창 / 윤성택 본문
떠도는 차창
가로등에서 은행잎이 쏟아져 내렸다
조금씩 말라가는 것은 금간 화분 같은 상점,
휘감던 뿌리들이 틈틈마다 창문을 틔운다
누구나 타인을 데려간 시간 속에서
그리운 이름이 자신을 데리고 나올 때가 있다
창문은 산화된 필름처럼 하나의 색으로
한 장면만 비춰온다. 빛에 갇힌 거리를 바라보지만
가깝거나 먼 네온에 잠시 물들 뿐
기억에게 이 도시는 부재의 현기증이다
몇몇이 버튼을 누르듯 과거에서 내리고
나도 버스에서 내리면 당신은 시선을 바꿀 것이다
종점까지 밀려가는 버스를 탄 사람은
머지않아 추억이 된다고 생각하는 밤
나는 눌러 줄 때에만 붉은 빛이 스미는
심장이거나 기다림, 벽이었다고 어느 손이
나를 불러들인다 몇 년 전 바람에도
잠시 잠깐 먼 거리에 붉은 빛이 돈다
미련도 없이 작별도 없이 정류장을 떠나고
뒤돌아보지 않는 우리는 얼마나 어두운 골목이었던가
처음 들어선 그 길에서 비내음이 나는 건
어떤 나를 구름 속에서 수없이 되뇌기 때문
사라져버린 우산이나 다이어리의 인상을 간직하면
그 감정이 뿔뿔이 흩어져 내릴 것 같은 비
모든 길은 무심하고 쓸쓸한데 어느 따뜻한 멀미가
길을 멈추게 할까, 불 꺼진 창문처럼 과묵한
나무들이 구부정하게 줄을 서고
나는 아직 지나치지 못한 정류장을 위해
누군가의 색이 번지는 저녁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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