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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너를 사랑 한다 / 강은교, 18회 정지용 문학상 본문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시인 강은교(姜恩喬)
1945년 함남 홍원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시 '순례자의 잠' 등이 당선되어 등단
1975년 제2회 한국문학작가상
1992년에는 제37회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허무집>, <풀잎>, <빈자일기>, <소리집>, <붉은 강>, <바람 노래>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 <그대는 깊디깊은 강>, <벽 속의 편지>, <어느 별에서의 하루> 등
산문집으로 <허무수첩>, <추억제>, <그물사이로> 등
동화로 <숲의 시인 하늘이>, <하늘이와 거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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