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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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詩모음

권혁웅 시모음 3

휘수 Hwisu 2007. 10. 29. 13:10

1967년 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평론)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으로 등단
2000년 제6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저서 <한국 현대시의 시작방법 연구> <시적 언어의 기하학>
2001년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문학세계사

2005년 <마징가 계보학> 창비 

2007년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민음사

 

목측기( 目測記) 
        -눈 1

 

  내가 너를 가게 했다 내가 시선을 거두자 네가 쓰러졌다 나는 줄을 놓아 버린 인형이었다 무릎에도 팔꿈치에도 목이나 등에도 뼈가 있었다 내게 난 두 개의 무덤은 실타래였다 내가 너를 가게 했다 관절이란 관절은 모두 꺾었고 목은 비틀어 몸 안에 우겨넣었다 너는 형신( 形身)을 놓아버린 인형이었다 흐느적거리며 너는 무너졌다 내가 너를 가게 했다

 

고인물 사라진 자리에 남은 얼룩처럼

            -젖가슴 5

 

  그 뒤뚱거리는 슬픔은 진흙과 같고 그 동그란 울음은 상투와 같으나 그것은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출렁이는 물지게가 엎지른 물을 돌아보지 않음과 같으니 길은 멀고 물은 빨리 말라서 동쳐 맨 슬픔이나 틀어먹은 울음에 관해 그 누가 돌아보랴 다만 주위에 여러 겹 두른 자국이 있어 그것이 한 때 과녘이었음을 증거하는 것이니 지금 그대가 다른 곳을 쳐다보듯 그것 또한 그대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간 것이다 고인 물 사라진 자리에 남은 얼룩처럼, 다만 얼룩처럼 
 

시집 <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2007년 민음사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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