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히페리온 / F. 횔덜린(Friedrich Holderlin) 본문
<히페리온>
F. 횔덜린(Friedrich Holderlin 1770~1843)
*타인이 내게 나의 조국의 일을 물어 올 때는 나는 늪 속으로 던져지는 느낌이 되며 내가 누워 있는 관 뚜껑에 못이 쳐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그리스인이라 불리어질 때, 나는 언제나 개 목걸이에 목이 졸리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
현명한 분들은 번민하는 나의 마음을 좋은 미끼로 삼아 그들의 온갖 격언을 나에게 불어넣어 주는 것을 자신들의 기쁨으로 삼았던 것이다. 한탄하지 말고 행하라고. 아아! 나는 행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얼마나 더 희망에 넘쳐 있었을 것인가. 그렇다. 인간들끼리의 일은 잊도록 하라. 그리고 온갖 괴로움과 울분이 겹쳐서 굶주려 구하는 마음이여, 돌아가라! 그대가 나온 자연의 품속으로. 방황이 없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그 품속으로. 17
*나는 이것은 내 것이라고 단언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을 하나도 갖지 못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죽어 버려 그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다. 이 세상에서 나의 사업은 끝나 버렸다. 나는 의욕에 차서 일에 착수해 그 일 때문에 피를 흘렸으나 이 세계를 위해 한푼도 이득이 돌아가게 하지 못했다.
*오오, 자혜 깊은 자연이여! 그대의 아름다움 앞에 눈을 뜰 때, 나는 내 마음의 고통을 스스로 알 수는 없지만 하늘의 모든 희열은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흘리는 눈물 속에 깃들인 것처럼 깃들여 있다. 부드러운 바람이 내 가슴에 불어올 때 나의 전 존재는 소리를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아득한 푸른 하늘에 마음을 빼앗겨 나는 창공을 우러러보거나 혹은 성스러운 바다에 눈을 돌린다. 그러면 마치 내게는 가까운 신령이 두 팔을 벌려 나를 포옹해 주는 것 같다. 고독의 슬픔이 神聖에 넘친 生 속에 녹아 들어가듯.
전체로서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신성에 충실한 생이며, 그것이 인간의 최고의 경지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과 하나가 되는 것, 스스로를 잊고 자연의 일체 속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은 인간의 사상과 환희의 정점이며, 성스러운 산정이요 영원한 안식처이다. 거기에서는 한낮도 더위를 잃고 천둥도 침묵하며 끓어오르는 바다도 보리밭의 잔물결과 같아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과 하나가 된다. 이 말과 함께 도덕은 그 준엄한 차림을, 인간의 지성은 그 권위를 버린다.
그리고 갖가지 생각은 영원히 하나인 세계의 모습을 앞에 하고 스러져 간다. 그것은 마치 고뇌에 사로잡혀 투쟁하는 예술가의 온갖 규칙이 우라니아[*비너스의 별명이기도 하고 또 아홉 뮤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과도 같다. 운명의 지배도 그 주권을 단념하며 만물의 결합에 의하여 죽음은 쓰러지고 나눌 수 없는 통일과 영원의 청춘이 세계를 행복하게 하며 아름답게 한다. 그러한 높은 곳에 나는 종종 서 있다, 나의 벨라르민이여! 그러나 일순 의식이 돌아오면 나는 하계로 떨어져 버린다.
*오랜 세월에 걸친 나의 병과 슬픔을 그대는 들어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걸 이해하겠는가? 나라고 하는 자를 나의 말대로 받아 주고 그리고 사람이 지금까지 한번도 번듯하게 산 일이 없으므로 살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죽으려고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다오. 번민이 없는 자들을 질시하지 말라. 그것은 나무로 만든 우상에 지나지 않아 그들에게 아무런 부족도 없다는 것은 그들에게 혼이라는 것이 빈곤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비나 일광을 구하지 않는 것은 키워야 할 것을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깊이가 얕은 심정과 비좁은 정신을 가지고 행복스럽고 평화스런 것은 지극히 쉬운 일이다. 그대들이 그것을 기뻐하면 그것도 좋겠지. ~
그대들만큼 행복하지도, 자기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을 때 그것이 이해되지 않기에 그저 그대들의 입장을 지키고 말없이 놀라고있으면 되는 거다. 또 그대들의 지헤를 율법으로 하지 않으면 된다.57
#대체 인간은 왜 이다지도 많은 것을 욕구하는 것일까. 나는 때때로 생각해 보았다. 그 가슴에 있는 무한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무한? 그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을 눈으로 직접 본 자가 있는가. 인간은 자기 능력 이상의 일을 욕구하는데. 그것도 현실의 일면이겠지. 그렇다. 그것은 그대도 충분히 경험한 일이며 그것대로 필요한 일이다. 다만 우리들의 힘이 생각대로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들의 힘의 자각을 감미롭게 해주고 그것에 대해 열광을 하게 한다.
그것이 무한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꿈과 환상을 만들어 내어 그것에 의하여 인간에게 한없는 기쁨을 준다. 인간의 생명의 선(線)이 똑바로 뛰지는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이 화살과 같이 날을 수는 없어 미지의 힘이 그것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인간에게 이상향과 신들을 주는 것이다. 심정의 큰물결은 만약에 태고로부터의 비정의 바위, 운명이 그 가는 길을 막지 않으면 그처럼 아름답게 물거품을 일으키지는 안겠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가슴속의 의욕은 죽어 간다. 그와 동시에 우리들의 신들과 그 신들이 사는 하늘도 죽어 간다. 불은 지금까지 자고 있던 어두운 요람에서 기쁜 듯이 춤추며 타오른다. 그 연기는 높아지고 내려오며 나뉘어져서는 또 합친다. 나무가 다 타 버리면 연기가 나고 그리고 없어진다. 남은 것은 재뿐이다. 우리들도 그런 것이다. 그것이 무섭고 아름다운 비교로써 현자들이 우리들에게 이야기하는 모든 것의 진수이다.
*존재의 모든 것을 잊는 일도, 우리들의 본성이 소리를 죽이는 수도 있다. 우리들이 일체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나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 소리를 죽이고 잊혀져서 우리들이 일체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것이야말로 혼의 어두운 밤이어서 거기에는 별 하나 반짝이지 않으며 썩은 나무에는 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59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인간만큼 그렇게 높이 자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인간만큼 철저하게 멸망하는 것도 없다. 인간은 때로는 자기의 고뇌를 어둠의 신념과 비교하고 ~ 그러나 긴 죽음 끝에 인간의 마음에 또다시 여명이 비쳐 고통이 저 멀리서 한들거리며 다가오는 기쁨을 형제와 같이 맞이하는 때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 푸른 하늘의 눈동자에, 그리고 대지의 가슴에 봄이 돌아왔을 때, 그 누가 사랑과 위대한 행위의 기쁨을 동경하지 않겠는가. 61
*마침내 나는 스미르나로 편지를 썼다. 인간이 갖는 온갖 애정과 힘을 하나의 순간 속에 넣는 마음으로 세 번씩이나 썼던 것이다. 그러나 회답은 없었다. 나는 탄원하고 협박하여 우정과 정열의 모든 나날과 시간들을 그에게 생각나게 하였다. 그러나 아무런 회답도 없었다. 이 잊을 수 없는 벗, 죽음을 걸고 사랑한 그에게서는, 아라반드여, 라고 나는 불렀다. 나의 벗이여, 그대는 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다. 그대는 어두운 밤에 나를 부축하여 주었으며 나의 젊음이 갖는 최후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
우리들이 죽은 자를 애도할 때는 사자가 그 죽음을 느끼듯 생각한다. 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쉬고 있을 뿐인데. 그러나 우리들의 생이 이와 같이 의의를 잃을 때 그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이며 결코 그치지 않는 괴멸의 감정이다. 그때 우리들의 가슴은 자기를 향하여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너는 이 세상을 떠날 몸이다. 그리고 너의 것은 무엇 하나 이 지상에 남지 않는다. 너는 한 포기의 꽃나무를 심은 일도 없고 한 채의 작은 집도 지은 일이 없다. 네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네가 지상에다 손톱 자국을 하나 남겼다는 것뿐이다. 62
#때때로 나의 내부에서는 정신력이 생생하게 움직이지만 물론 그것은 파괴적이었을 뿐이 아닌가. 인간이란 무엇일까. 나는 어찌하면 좋을까. 그것은 혼돈의 세계와도 같이 끓어오르기도 또 고목처럼 썩기도 한다. 그리고 절대로 성숙하지는 않는다. ~ 초목을 향하여 인간은 이야기한다. 자기도 애초엔 너희들 같았노라고. 깨끗한 별들을 향하여 이야기한다. 자기는 다른 세계에서는 너희들과 같이 될 것이라고. 그러기에 인간은 사물을 부수며 거기에다 인공을 가한다. 산 것이 일단 분해해 버린 뒤에도 벽이나 담처럼 그것을 조립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런 수고로써 만사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아도 일체 그 방법을 고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은 하나의 작은 세공(細工)에 지나지 않는다. 오오, 그런 것을 모두 느끼는 불쌍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인간의 천직 같은 것은 입에 담으려고도 않고 우리들에게 군림하고 있는 무(無)의 손에 꼭 잡혀 밑바닥에서 내다보고 있다. 우리들이 무를 위하여 태어나고 무를 사랑하고 무를 믿으며, 무 때문에 몸을 깎아 내리다가 결국은 차츰 무로 돌아가는 것을--- . 그런 일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대들의 무릎은 까지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을 내가 어찌 할 수 있을까. ~
그리고 가혹한 영혼이여, 왜 너는 나의 뿌리에다 도끼를 대는가라고, 나는 외치기도 했고 지금은 또한 지표도 없이 살고 있는 것이기에. 아아, 원래는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너희들 암울한 형제들이여, 원래는 우리들 위에 걸려 있는 하늘은 더없이 아름다웠고 우리들 앞에 전개된 세계는 기쁨에 넘쳐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 마음 역시 저 멀리 지복의 환영(幻影)을 보았으며 우리들의 정신도 마음껏 기쁨에 넘쳐 하늘로 올라가 우리들의 젊음의 한계를 돌파한 것이다.
그러나 뒤돌아보니 거기에 있었던 것은 무한의 공허뿐이었다. 아아, 내가 무릎을 꿇고 탄원해도 들을 자 누구인가. 나는 저 통절한 진리를 무시할 수가 없다. 나는 이중으로 확신하고 있지 않은가? 생에 눈을 돌릴 때 모든 것의 궁극자는 결국 무엇인가. 그것은 무이다. 정신의 세계에서 위로 올라갈 때 모든 것의 최고자는 무엇인가. 그것도 무이다. 그러나 조용히 하라. 나의 마음이여! 너는 너의 최후의 힘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더욱이 너는 하늘을 향하여 돌격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거인[신화에서는 히페리온도 거인의 한 사람으로 되어 있다. 거인들은 그 위업 때문에 종종 '백의 팔을 갖는다'라고 일컬어진다.]이여, 너의 백의 팔은 어디에 있는가. ~ 밑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다. 사라져 가는 순간의 아이들이여, 이 정상에 오르려는 고투는 그만두는 편이 좋다. 이 천상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만약 그대들의 화원이 꽃으로 가득 차 있다면, 왜 그 꽃의 향기가 나에게도 기쁨을 주지 않는 것일까. ~
곤궁과 불안과 밤이 그대들의 주인이다. 그 주인들은 그대들을 무참히 쳐서 사방으로 분산시키거나 밀집시킨다. 그대들은 굶주림을 사랑이라 부르며 너희들의 눈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을 때 거기에 너희들의 신들이 있다. 그게 바로 그대들의 신들과 사랑인가? 그렇다. 시인들의 말은 정말이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것도 사람들이 거기서 열광할 수 있다는 그 말은 옳다. 65
*가장 행복한 나라에는 정적이 살고 별 위의 세계에서는 마음은 괴로움과 언어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있지 않은가. 나에게 제시된 신성한 신의 부적처럼. 그리고 금후 운명이 나를 잡아 심연에서 심연으로 나를 던져 버려 나의 모든 힘, 모든 사상이 익사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이 하나의 것만은 나의 내부에서 살아 남아 영원 불멸의 빛으로 빛나고 있겠지-. ~
나는 그것에 대하여 자상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지고의 것과 가장 아름다운 것이 구름에 싸인 듯 나타나고 열릴 때가 있다. 그런 때에는 벨라르민이여,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다오. 그리고 나와 함께 무릎 꿇고 나의 지복에 대해 생각해다오. 다만 잊지 말 것은 그대는 예감으로 얻은 것을 나는 그것을 현실에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대에게는 구름에 싸인 것처럼 나타나는 것을 나는 이 눈으로 직접 보았다는 것이다. ~
우리들이 아이처럼 될 수 있다는 것, 아직도 순박한 황금 시대, 평화와 자유의 시대가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 현대에도 하나의 기쁨이 있고 지상에도 휴식처가 있다는 사실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인간은 늙어 시들어버리지 않는가. ~ 뛰어난 자가 사라져도 눈물을 흘리지 말라. 잠시 후 그것은 젊디젊은 모습으로 소생하여 오리라. 그대들의 가슴이 고동을 그쳐도 슬퍼하지 말라! 얼마 후 그 가슴의 울렁거림을 가다듬어 주는 손이 또 보이리라.
그리고 나는 어떠하였던가. 나는 줄이 끊어진 악기와 같지는 않았던가. 얼마만큼은 나도 또 울리고 있었으나 그것은 죽음의 음률이었다. 자신에게 음울한 백조의 노래를 들려주었던 것이며 가능하면 자신을 위해 죽음의 관을 짜고 싶었던 것이다. ~
그러나 이제 그것은 어디로 가 버렸는가? 그 죽음의 침묵과 내 생의 밤과 유한성은? 원래 삶은 빈약하며 고독하다. 우리들은 협곡에 숨겨진 다이아몬드처럼 하계에 살면서 또다시 천상으로의 길을 찾아내려고 어찌하여 여기에 내려왔느냐고 물어 봐도 그 대답은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들은 시들은 나뭇가지나 부싯돌 속에 잠자고 있는 불과 같은 것이어서 이 불편한 속박이 끝나는 날을 기다리는 기다림에 지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온다. 길고도 긴 투쟁의 기간을 지나 그것은 온다. 그때 감옥은 신적인 것에 의하여 열려지고 화염은 장작을 떠나서 승리의 환성을 올린다. 그렇다. 그때 고삐가 풀린 정신은 고뇌와 노예의 모습을 잊고 영광스럽게도 태양의 전당으로 돌아가리라.70~72
#나는 한때 행복한 적이 있었다. 벨라르민이여, 그렇다면 나는 지금도 행복한 것이 아닐까. 내가 그녀를 본 성스런 순간이 만약에 한번에 그쳤다 하여도 나는 역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한번 그것을 본 것이다. 나의 혼이 구하고 있는 유일한 것을. 우리들이 저 멀리 성좌에만 있다고 여겼던 것, 시간의 종말까지는 없으리라 체념하고 있던 완성을 나는 눈앞에 감지한 것이다. 최고의 것은 실재하고 있었으며 그것은 인간과 사물과의 이 세계에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
항상 최고 최선의 것을 구하는 그대들이여~ 지식의 밑바닥에서, 행동의 소음 속에서, 과거의 밀실에서, 미래의 미궁에서, 묘지나 성좌에서, 그것을 찾느라 끊임없는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그 이름을 알고 있는가. 하나로서 모두인 것의 그 이름을. 그의 이름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그대들은 그대들이 구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나는 지금도 그것을 모르지만 그것을 예감한다. 새로운 신의 새로운 나라를. 그리고 그것을 향해 서둘러 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손을 쥐고 그쪽으로 이끌어 간다. 마치 강물이 강물을 잡아서 대해로 향하듯이. 그리고 그 길을 나에게 제시해 준 것은 당신이다. 당신과 함께 나의 삶은 시작한 것이다. 내가 당신을 아직 몰랐을 때의 나날들은 삶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다. 오오, 디오티마[플라톤의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에 나오는 만테네아의 현명한 여성의 이름을 빌린 것이다]여, 그대 숭고한 사람이여! 73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잊도록 하고 하루하루를 헤아리는 일을 그만두자. 두 개의 영혼이 이처럼 서로를 예감하는 순간에 비하면 몇 세기의 세월도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
아아, 그녀가 있음으로 하여 모든 것이 정화되고 아름다워졌으며 내가 보는 것, 스치는 것, ~ 그 모든 것이 그녀와 남몰래 연결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으로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서 그 깨끗한 숨소리를 듣고 있는 나의 귀에 스쳤을 때라니! 우리들은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언어라는 것을 부끄러워한 것이다. 우리들은 음률 그 자체가 되어 하나의 성가(聖歌)로까지 융합되고 싶었다. 게다가 우리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면 좋다는 말인가. 우리들은 다만 서로를 바라다보았을 뿐이었다.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도 거리껴졌다. 우리들은 잠시 후 대지의 생명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토록 무심하면서도 열심히 그 찬가가 불려진 적은 일찍이 없었다. ~
우리들은 대지를 하늘의 꽃, 그리고 하늘을 생명의 무한한 밭이라 불렀다. ~ 대지는 장려한 샘물로 그 가슴에서 노한 불을 뿜어 올릴 때나 착한 청수를 베풀 때도 다 같이 신과 닮았다. 비와 이슬에 자랄 때도 뇌운에 휩싸일 때도 대지는 언제나 행복하다. 대지는 하늘의 도움을 빌어 스스로 그것들을 조리하여 자기의 양분으로 한다. 대지는 태양신의 반신으로서 처음은 아마도 태양과 단단히 이어져 있었겠지만 차츰 모든 것을 지배하는 운명에 의하여 태양으로부터 격리되었다. 그 때문에 사모하는 마음은 더욱 더해 갈 뿐으로 언제나 태양을 구하여 혹은 다가가고 혹은 멀어지며 기쁨과 슬픔 속에 최고의 미로 성숙해 가는 것이다. 75
*거기에 이렇게도 마음 편히 그녀 곁에 서서 혹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어린애 같은 염려, 그리고 그 멋진 처녀의 감격을 보는 기쁨, 그 사랑의 한 순간에 비한다면 수천 년의 세월에 걸쳐 인간들이 생각한 모든 것은 다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또한 자연에 있어서 가장 성공한 것이며,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인생의 한 계단 한 계단은 이 한 순간에 통하고 있다. 우리들은 거기서 와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77
#넘치는 힘 때문에 스파르타인은 아테네인들을 앞질렀습니다. 그러기에 도리어 스파르타는 그대로 나갔으면 아테네보다 빨리 분해되고 붕괴됐을지 모릅니다. 만약에 리쿠르구스가 출현하여 엄격한 기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스파르타인도 모든 면으로 교양을 쌓고 근면과 자각적인 노력에 의하여 여러 가지 탁월함을 얻었습니다. 때문에 어느 의미로는 스파르타인이 간소하고 소박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아기와 같은 단순함이 그들에게는 없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스파르타인들은 너무나 빨리 본능을 외면하고 너무나 빨리 본래의 태어난 천성에서 어긋났습니다. 그렇게 되어 인공적인 통치가 너무나 빨리 그들 사이에 일어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즉, 인간이 갖고 있는 태어날 때부터의 소질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을 때 훈련과 기술이 시작되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것입니다. 태어날 때부터의 소질은 아동이 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에 그 온 모습을 그르치면 안됩니다. 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에는 완성된 천성이 유아의 내부에 살아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학교라는 규율의 세계에서 천성으로 돌아가는 복귀의 길이 각자에게 열려 있기 위해서 말입니다. 스파르타인은 영원한 단편으로 남아 버렸습니다. 완전한 어린아이가 아닌 자는 완전한 성인이 될 수 없는 법입니다. 106
*요람에서부터 인간을 속박하지 않고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의 본질이라고 하는 굳은 꽃봉오리로부터 그리고 인간의 유년 시대라는 오두막에서 인간을 내쫓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너무나 인간에 손을 가하지 않는 것도 못씁니다. 그렇게 하면 그는 당신들의 고마움을 모르며 자기 외에 당신들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며 참의 자각을 깨닫지 못한 채 끝날 겁니다. 또한 너무 인간에 손을 가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들의 힘과 자신들의 힘을 너무 느껴서 참의 자각을 갖지 못한 채 끝납니다. 즉, 자기 이외에 인간들이 존재한다, 무엇인가 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훨씬 뒷날에야 깨닫도록 이끄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그는 비로소 인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인간이 된다면 그는 신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신의 하나라면 아름다운존재일 것입니다.107
*인간적이며 신적인 미의 맏아들은 예술입니다. 예술에 의하여 신적인 인간은 자기를 다시 젊게 하며 자기를 반복합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느끼고 싶어하므로 자신의 미를 눈앞에 두고 그것과 마주 향합니다. 이리하여 인간은 자기의 신들을 자기에게 주었습니다. 즉, 태초에는 인간과 그의 신들과는 하나였습니다. 그때는 영원의 미가 자신을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秘敎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이 비교는 결코 가공이 아닙니다. ~
미의 次女는 종교입니다. 종교는 미의 사랑입니다. 철인은 미 그 자체를 사랑합니다. 무한한 그 포괄자 민중은 그 미의 아이, 즉 다양한 모습으로써 그들에게 나타나는 신들을 사랑하는데, 아테네인에게도 그러했읍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에의 사랑, 이러한 종교가 없다면 어떠한 국가도 생명과 정신을 갖지 않은 말라빠진 뼈에 지나지 않습니다. ~
결함이나 오류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므로 그들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예술 작품에서 대개의 성숙한 인간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거기 만들어진 것은 미미한 것인데도! 또 이집트인이나 고트(Goths)인이 만들어 낸 저 기괴한 것도 아닙니다. 거기에 만들어진 것은 인간의 마음과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타민족과 같이 감각이나 초감각의 세계에서 극한적인 것을 쫓아 버렸으며 정도에서 벗어난 일이 없습니다. 그들의 신들은 타민족의 신들에 비하여 인간성이 갖는 아름다운 중용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만들어진 것이 그러했듯이 그들의 사랑도 그러했습니다. 지나치게 노예적인 것도 또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도 아닙니다.
때문에 아테네인의 정신적인 미에서 자유를 귀히 여기는 끊임없는 성향이 태어났습니다. 이집트인은 방자한 마음의 압제를 고통 없이 참을 수 있었으며, 북방의 아들은 법의 전제와 정의의 형식에 있는 부정으로 혐오 없이 따릅니다. 이집트인은 태어나면서부터 공손하며 신격 숭배에 대한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북방인은 자연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삶을 믿을 수 없어서 법이나 법칙에 마음을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
그때 한 사람이 말참견을 하였다. "그것은 압니다, 그러나 어찌하여 이 시적이면서도 종교적인 민족이 동시에 철학적인 민족이기도 한 것인가, 나는 그것을 모르겠습니다." "철학이라구요?" 그가 반문했다. "이 냉정하고 숭고한 학문이 도대체 시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요? " 나는 자신만만히게 거기에 응수했다. "시는 철학의 발단이며 끝입니다. 미네르바가 쥬피터의 머리에서 태어났듯이 철학은 무한한 시적인 존재의 시적 표현에서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신비한 원천에서는 헤어졌던 것이 결국 시에서 다시 합류하는 것입니다. "
"이 분은 역설가예요. " 디오티마가 말했다. "하지만 저는 막연하나마 이해하겠군요. 그런데 여러분은 탈선을 했어요. 아테네의일을 이야기하는 중이었는데 적어도 생애에서 한번, 더러워지지 않은 충일된 미를 자기 내부에서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 자기 속에서 자기 본질이 갖는 여러 가지 힘이 일곱 가지의 무지개색처럼 서로 비치면서 맺어 있는 것을 보고 경이의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는 사람, 감격할 때 어떻게 일체가 융화하고 융합하는가를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은 철학적인 회의론자가 되는 일이 없을 겁니다. 그의 정신은 파괴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니 건설에도 쓸모가 있을 턱이 없지요. 회의론자가 사람이 생각하는 모든 것에 모순과 결함을 찾아내는 것은 그가 완전무결한 미의 조화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이성이 호의를 가지고 그에게 내놓은 마른 빵에 그가 손을 대지 않는 것은 그가 남몰래 신들의 식탁에 끼여 진수성찬을 맛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이야기에 열중하실 건가요?" 하고 디오티마가 내 말을 막았다. "그러기에 당신은 회의론자였군요. 그렇지만 아테네인은!" "나는 아테네인을 스승으로 삼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 내가 대꾸했다. "저 헤라클레이토스의 위대한 말, 다양 속의 통일, 그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리스인외엔 없습니다. 즉, 그것이 미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발견되기 전에는 철학이란 없었습니다. 전체가 있었다고 정의를 내릴 수가 있으며 꽃이 피었다고 분석할 수가 있습니다. 이제야 미의 본질이 인간 사이에 고지(告知)되었고 그 무한자가 생활에도, 정신에도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정신에 의하여 분석하고 분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분해된 것을 새로이 종합하여 가장 높은 것과 가장 훌륭한 것의 본질이 차츰 인식되고 그 인식의 결과를 정신의 다양한 영역에서 법칙으로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이것으로 왜 특히 아테네인이 철학적인 민족이기도 하였던가 하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그러나 이집트인은 그렇게 될 수 없었습니다. 천지와 서로 사랑하지 않는 자, 그런 의미로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와 일체가 되어 생활하지 않는 자는 천성적으로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도 일체적인 존재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영원한 미라는 것을 적어도 그리스인만큼 그렇게 쉽게 경험할 수는 없었습니다. 전제군주적인 동방의 풍토는 그 위력과 광휘로 백성들을 굴복시켜 버렸습니다. 그러므로 거기에서는 인간은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무릎부터 꿇어야 하며 말을 익히기도 전에 기도부터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마음이 침착한 평형상태에 도달하기도 전에 굴복하지 않으면 안되고, ~
이집트인은 완전한 것이 되기 전에 자기를 포기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전(全)이란 것이나 미라는 것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집트인이 말하는 최고의 것이란 권력에 베일을 씌운 것이며 몸서리쳐지는 수수께끼입니다. 무언의 암울한 여인 이지스가 이집트인의 일체인데, 거기에서는 절대로 이성적인 것이 나오지 않습니다. 북방의 풍토는 그에 반하여 그 기른 아이들을 너무나 빨리 그 아이 자신의 내부로 몰아넣습니다. 불처럼 타는 이집트인의 정신은 어쩔 수 없이 세계로의 여행에 뛰어드나 북방인의 정신은 여행 준비도 되기 전에 자신 속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북방인은 성숙한 감정이 무르익기도 전에 오성을 가져야 합니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시대가 건전하게 다음 단계로 옮아가기 전에 일체의 책임을 자기가 집니다. 또한 인간이 되기 전에 자각하기 위한 정신이 되어야하며 어린이가 되기 전에 빈틈없는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全人으로서의 통일성이 내부에서 번성하여 열매를 맺기도 전에 교양과 자기 형성을 강요당합니다. ~
오성은 정신의 미를 동반하지 않으면 다만 숙련된 제자와 같은 것으로 가르친 대로 나무를 대고 못을 박으며 울타리를 만들어 인생이 이제부터 만들려는 정원을 둘러쌓을 뿐입니다. 오성이 하는 일은 응급 조처일 뿐입니다. 오성은 불합리나 부정에 떨어지지 않게 우리들을 지켜 주지만 그렇다고 불합리나 부정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인간이 갖는 탁월한 최고 단계는 아닙니다. 이성은 정신과 마음의 미가 없으면 노예들을 지키기 위하여 고용한 노예감독관과 같은 것입니다. 그가 노예들이 하는 끝없는 일에서 무엇이 생겨나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노예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만 일하라, 일하라고만 외칠 뿐입니다. 더욱이 일이 진척되는 것을 별로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일이 진척되면 감독관의 일이 없어져 자신이 해고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오성에서는 철학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철학은 현존하는 것의 부분적 인식 이상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이성에서는 철학은 나오지 않습니다. 철학은 쓰는 소재를 결합하거나 구별하거나 하면서 끊임없는 진보를 계속하라고 맹목적으로 요구하는 이상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
5월의 일광이 예술가의 작업장에 비쳐들듯 미의 태양이 오성을 비쳐 그 일을 재촉할 때 오성은 밖으로 떠오르기도 하며 그의 응급한 작업을 제쳐 두는 일은 없으나 그래도 얼마 후에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빛을 쬐며 걸어다닐 수 있는 축제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 사람이 사랑하는 자의 죽음을 좀처럼 실감할 수 없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다. 친구의 묘지를 성묘할 때 어쩌면 거기서 그 친구의 현신과 만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실같은 희망을 갖는 것과 같이 고대 아테네의 아름다운 환상이 죽음의 나라에서 돌아온 어머니의 모습같이 나의 마음을 깊숙이 사로잡았다. 113
*행복한 정적이 우리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 나의 마음에는 천사와 같은 소녀의 모습 나비가 꽃을 사모하듯 날아다녔으며, 나의 생각의 온갖 올실들은 그녀를 차분히 바라보는 무상의 기쁨에 잠겨 있었다. ~
"이미 없어졌다고 믿었던 것을 저는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세계에서 사라져버린 것처럼 열렬히 사모한 그것이 내 앞에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디오티마. 영원한 미의 샘은 지금도 마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미 당신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젠 신들도 인간들도 필요 없다고. 저는 압니다. 하늘은 거칠어져서 공허한 장소가 되었으며 이전에는 아름다운 인간 생활로 넘쳐 있었던 대지도 거의 개미집처럼 되어 버렸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아직 예부터의 하늘과 땅이 내게 웃음을 보내 주는 장소가 있습니다. 저는 하늘의 신들과 지상의 기품 있는 사람들, 그 모두를 당신 한 사람을 눈앞에 봄으로써 잊을 수가 있습니다. 세계가 설사 난파된다고 해도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저는 행복의 섬밖에는 모르니까요."
"사랑의 계절이란 것이 있어요." 디오티마는 친절하면서도 진지하게 말했다. "그것은 사람이 요람 속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계절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우리들을 거기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습니다." "히페리온! 당신은 좀더 훌륭한 사업을 하기 위하여 태어난 분입니다. 저에게는 그렇게 생각되는군요. 자신을 잘못 보아서는 안됩니다. 재료가 없기 때문에 당신은 멈춰진 것이에요. 일이 빨리 진척되지를 않아 당신은 심하게 얻어맞은 거예요. 젊은 검객처럼 당신의 목표는 아직 확실치 않았고 당신의 주먹도 미숙한 채 너무나 성급하게 치고 나갔어요. 당연히 당신이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이상으로 타격을 받았으므로 허약해져서 자신과 모든 것을 의심게 되었어요. 당신은 성질이 급한 한편 감수성이 강한 분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잃지는 않았어요. 당신의 기분이나 일이 벌써부터 성공되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당신의 정신은 결코 생겨나지 않았겠지요. 그리고 당신이 번민하는 사람, 격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생각하는 사람은 되지 않았을 거예요. 저의 말을 의심하지 마세요. 당신이 아름다운 인간성의 조화와 평형을 저만큼 순수하게 의식하게 된 것은 당신이 그것을 그만큼 잃어버렸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가슴은 지금 겨우 평화를 찾았고, ~
그러나 당신은 이것으로 당신이 종착역에 도달했다고 정말로 생각하세요? 당신은 당신의 사랑이 천국에 들어박혀서 당신을 필요로 하는 세계가 시들어 가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셈이세요? 당신은 햇빛이나 만물을 소생시키는 자혜로운 비처럼 인간 세상에 내려오지 않으면 안돼요. 아폴로처럼 비치고 주피터처럼 떨치고 활기를 띠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당신의 천국에서 하찮은 인간이 되겠지요. ~그 사람들은 장난스런 무도회나 신들의 이야기 등으로 기분을 현혹시켜서 자기들에게 무겁게 덮친 굴욕적인 압박을 잊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들은 현재의 상태를 뚫고 나가야합니다. 땅 밑의 불에 새로운 산들이 바다속에서 나타나듯이. 물론 저는 혼자 명성도 없는 인간으로서 그들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참다운 인간인 어느 한사람은 부분적인 인간일 뿐인 몇 백 명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가 있지 않을까요? 성스러운 자연이여! 그대는 나의 내부에서나 밖에서나 같은 자연이다. 그러므로 나의 외부에 있는 것을 내부에 있는 신적인 것과 하나로 합치는 것은 그리 곤란하지 않으리라. 꿀벌까지도 그 작은 왕국을 세울 수가 있는데, 어찌하여 내가 심어야 할 것을 심고 필요한 것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
모든 것은 뿌리에서부터 일신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인간성을 뿌리로 해서 거기에서 새로운 세계가 싹트지 않으면 안되며, 새로운 신성 그것을 다스려 새로운 미래가 열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공장, 가정, 집회, 사원, 그 모든 것이 일신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나는 또한 배우기 위해 세상에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나는 예술가이나 아직 미숙합니다. 마음속에서는 형체를 만들지만 아직 손은 움직이지 못합니다." ~
"결심과 행위 사이에 만족이란 것이 있을까요?" "승리 앞에 안식이란 것이 있을까요?" "그것은 영웅의 안식이에요." 디오티마가 말했다. "신들의 말씀과 같이 명령인 동시에 충족인 것 같은 결심이 있어요. 당신의 결심이 바로 그것이에요."120
*제2부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태어난 이상은 빨리 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소포클레스
*나는 너무나 무위하게 세월을 흘러보냈으며 너무나 무사안일을 즐겼다. ~ 아라반다의 세계를 꿰뚫어보는 눈은 뱃길을 안내하는 뛰어난 안내인과 같다. 아라반다는 열심히 파도 속에서도 무언가 잡으러 했는데 너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낮잠만을 계속하는가? 너는 말만 갖고 일을 끝내려하고 呪文으로세계를 불러내려 하는가? 그러나 너의 말 같은 것은 눈가루 같이 소용이 없어 대기를 한층 탁하게 할 뿐이다.
#오래 전부터 나의 눈에는 운명에 지배되지 않는 영혼의 위엄이 다른 무엇보다도 역력히 보이고 있습니다. 때때로 나는 멋진 고독 속에서 나 자신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나는 이제 외계의 여러 가지 사물과 일을 내리는 눈송이처럼 털어 버리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그런 내가 어찌 죽음을 두려워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몇천 번이나 사념 속에서 자유를 얻지 않았습니까? 그런 내가 어찌 현실 세계에서 그것을 시험하기를 주저하겠습니까. ~ 우리들은 집에서 사육되는 닭처럼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요. 다만 주어진 먹이만을 쪼면서.164
*디오티마여, 언제 우리들은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나의 깊숙한 생명은 우리들이 서로를 잃은 것같이 생각하려고 하면 격분합니다. 나는 몇 천 년이라도 성좌를 순회하여 갖가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모든 생명의 말을 이야기하고 언젠가는 또다시 당신을 만날 것입니다. 서로 닮은 자는 쉽사리 서로 찾게 되리라 생각됩니다.165
출처, 네블,인드라의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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