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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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모음 1

휘수 Hwisu 2007. 4. 11. 08:27

1962년 충북 중원
1988년 《세계의 문학》 시 「성선설」등을 발표하며  등단
1989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시집, 『우울씨의 일일』,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이레)

 

봄꽃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까치집


여름 나무 푸른 가지에 까치가 살지 않는 까치집이 있다

 

마치

 

나무가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맺혀 있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감나무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잘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출처, 간이역에이는시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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