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처음 / 마경덕 본문

OUT/詩모음

처음 / 마경덕

휘수 Hwisu 2006. 11. 18. 00:35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향동인

 

 처음 /  마경덕                      

 

볏이 보였다

암평아리라고 믿었던 녀석의 머리에서

젖니처럼 볏이 돋았다

발톱이 여물고 정수리에서 맨드라미가 피고

녀석이 목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럴 듯 모가지를 늘리고 소리를 뽑는데,

끄륵끄륵 울음이 끓었다

지독한 음치였다

암, 암, 목청이 트여야 어른이 되는 거여

할머니는 모이를 한 줌 마당에 뿌리셨다


계란이요. 계란

아침 골목을 흔드는 확성기 소리

계란장수 낯이 설다

처음 해보는 장사란다

마수걸이라고 작은 계란 한 개를 내민다

영양 만점 초란(初卵)이요

두 손으로 피 묻은 계란을 받아들었다

손바닥이 두근거렸다


계란판에 담긴 서른 개의 무녀리

해산의 통증이 묻어있다

초산(初産)이다

모두 첫걸음이다 

 

- 미발표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OUT >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정희 시모음  (0) 2006.11.20
박순원 시모음  (0) 2006.11.19
장옥관 시모음  (0) 2006.11.17
홍해리 시모음  (0) 2006.11.16
김경주 시모음 1  (0) 2006.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