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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찔레꽃 / 송찬호 본문
찔레꽃 /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
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
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데 징소리
한 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
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섰을 때 덤불 아래 그 흰 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어라 벙어리처럼 하�어라 눈썹도 없
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에서
송찬호 시인
1959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 경북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등장했으며 시집으로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등이 있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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