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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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 문인수

휘수 Hwisu 2007. 9. 28. 16:44
제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식당의자 / 문인수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안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다. 상당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며 팔걸이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꾸 뭉게뭉게 뭉갠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런 저런 궁리 중이다. 이 몸 요가처럼 비틀어 날개를 펼쳐낸 저 의자,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 의자가 쉬고 있다.

 

                                  문인수 시인

 

 194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 <심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1996년 제14회 대구문학상, 2000년 제11회 김달진문학상, 2003 제3회 노작문학상을 수상. 2007년 제7회 미당문학상 수상. 시집 <늪이 늪에 젖듯이>(심상. 1986) ,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문학아카데미, 1990) , <뿔>(민음사, 1992) , <홰치는 산>(만인사, 1999) , <동강의 높은 새>(세계사, 2000)

<쉬>(2006년 문학동네)가 있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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