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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닭을 잡아먹자 / 이원규

휘수 Hwisu 2008. 6. 17. 13:25

저 닭을 잡아먹자 / 이원규

 

외로워서 안 되겠다

저 닭이라도 잡아먹자

산중의 외딴집 찔레 덤불 억새밭에

정란아 유정란 잘도 낳더니

족제비 사냥개들에게

하나 둘 목울대를 내어주고

앞마당의 검은 이단자 오골계와

꼬끼이 ㅋㄹㄹ

끝끝내 득음 못 한 장닭마저

내장이 드러나고 말았으니

정란아 무정란 외로워서 안 되겠다

하릴없이 박제된 날개 퍼덕이는

청상의 저 닭이 외로워서 안 되겠다

잡아먹자 저 눔의 씨암탉

고갈된 눈물샘 자꾸 쪼아대는

깃털로 위장한 저 비애를 잡아먹자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 2008년 실천문학사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계명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1984년 『월간문학』과 1989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창작 활동을 시작. 시집『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돌아보면 그가 있다』, 『옛 애인의 집』, 산문집 『벙어리 달빛』 등, 제16회 신동엽창작상과 제2회 평화인권문학상을 수상. 현재, 국토를 순례하며 생명평화운동을 계속하는 한편,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실상사 작은학교의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침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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