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쟈크 프레베르 시모음 본문
자크 프레베르 [Jacques Prevert]
1900-1977
저서, 《파롤 Paroles》(1948),《스펙터클》(1951) 등..
논평, 이브 몽탕이 부른 유명한 샹송 '고엽'의 작사자가 바로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1900-1977)이다. 그는 파리 서쪽 변두리 태생의 파리지앵으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학교는 사립 중학교밖애 다니지 못했고 15세 때부터 시장과 백화점에서 사동이나 점원으로 일했다.일찌기 시나 예술에 뜻을 두었던 그는 1926년에는 당시 유행하기 시작하던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담했다.
그러나 이 운동의 법왕이라고 불리던 브르통이나 아라공과 뜻이 맞지 않아 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이 때부터 그는 동생인 피에르 프레베르와 친구 마르셀 뒤아멜 등과 영화 시나리오, 샹송의 작사가로 활약했으나 신통치 않았다.
후일에 가서 마르셀 카르네와 함께 '제니의 집', '안개 낀 부두', '저녁의 손님', '천국의 아이들', '밤의 문' 등 유먕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대사는 그의 작품이다. 또한 바르바라 등의 많은 샹송 가사도 지었는데 '고엽'은 원래 '밤의 문'의 주제가였다.
그런데 1946년 출판사 N.R.F.사에서 그의 옛날 시를 모아 <말Paroles>이라는 시집을 펴냈는데 이것이 가히 이변이었다. 이 시집은 발간된 지 수주일 동안에 10만여 부가 팔렸으며 프레베르는 하루 아침에 일약 가장 인기 있는 시인이 되었다. 이 <말>이라는 시집은 그 후 10년 동안 500여 판 56만 부가 팔려 시집 출판사상 신기록을 세웠다. 지금도 그의 시는 본국인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퍼져 각계 각층의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후 그는 <구경거리Spectacle(1951)>, <비와 좋은 날씨La pluie et le beau temps(1955)>, <잡동사니Fatras(1965)> 등 세 권의 시집을 내놓았는데 여기서도 그의 기지와 서정과 반항과 허무의 불꽃을 볼 수 있다.
이 동안 그는 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계속 영화, 사진, 샹송 방면에서 일했으며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사진과 그림을 곁들인 많은 동화를 출판하여 이 방면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기도 했다. 그는 1977년 4월 북부 프랑스의 셰르부르에서 폐암으로 죽었다.
사랑하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새를 파는 가게에 가서
새를 샀다네
사랑하는 이
그대를 위하여
나는 꽃을 파는 가게에 가서
꽃을 샀지
사랑하는 이
그대를 위하여
나는 철물점에 가서
쇠사슬을 샀지
굵은 쇠사슬을
사랑하는 이
그대를 위하여
나는 노예 시장에 가서
너를 찾았지
너는 거기 없더라...
이 사랑
이토록 격렬하고
이토록 연약하고
이토록 부드럽고
이토록 절망하는
이 사랑
대낮처럼 아름답고
나쁜 날씨에는
날씨처럼 나쁜
이토록 진실한 이 사랑
이토록 아름다운 이 사랑
이토록 행복하고
이토록 즐겁고
어둠 속의 어린애처럼 무서움에 떨 때엔
이토록 보잘것 없고
한밤에도 침착한 어른처럼
이토록 자신있는 이 사랑
다른 이들을 두렵게 하고
다른 이들을 말하게 하고
다른 이들을 질리게 하던 이 사랑
우리가 그네들을 숨어 보았기에
염탐당한 이 사랑은
우리가 그를 쫓고 상처 입히고 짓밟고 죽이고
부정하고 잊어버렸기 때문에
쫓기고 상처 받고 짓밟히고 살해되고
부정되고 잊혀진
송두리째 이 사랑은
아직 이토록 생생하고
이토록 빛나니
이것은 너의 사랑
이것은 나의 사랑
언제나 새로웠고
한번도 변함 없던 그것은
한 포기 풀처럼 진실하고
한 마리 새처럼 가녀리고
여름처럼 뜨겁고 생명에 차
우린 둘이 서로
오고 갈 수 있고
우린 잊을 수 있고
우린 또 잠들 수 있고
우린 잠에서 깨어 고통을 겪으며 늙을 수 있고
우린 다시 잠들어
죽음을 꿈꾸고
우린 눈을 떠 미소 짓고 웃음을 터뜨리고
다시 젊어질 수 있지만
우리들 사랑은 거기 그대로
바보처럼 고집스럽게
욕망처럼 피어오르며
기억처럼 잔인하게
회한처럼 어리석게
대리석처럼 싸늘하게
대낮처럼 아름답게
어린애처럼 연약하게
미소 지으며 우리를 바라본다
아무 말없이도 우리에게 말한다
난 몸을 떨며 귀를 기울인다
난 외친다
너를 위해 외친다
나를 위해 외친다
난 네게 애원한다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서로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해
서로 사랑했던 모든 이를 위해
그래 난 외친다
너를 위해 나를 위해
내가 모르는 다른 모든 이를 위해
거기에 있어다오
네가 있는 거기에
옛날에 있던 바로 거기에
거기에 있어다오
움직이지 말아다오
떠나지 말아다오
사랑받은 우린
너를 잊었지만
넌 우리를 잊지 말아다오
우리에겐 세상에 오직 너뿐
우리를 싸늘히 식도록 내버리지 말아다오
아주 먼 곳에서라도 언제나
또 어느 곳에서든
우리에게 생명의 신호를 보내다오
아주 오랜 훗날 어느 숲 모퉁이에서
기억의 숲 속에서
문득 솟아나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우리를 구원해다오
아침 식사
그이는 잔에
커피를 따랐지
그이는 커피잔에
우유를 넣었지
그이는 우유가 든 커피에
설탕을 탔지
그이는 작은 스푼으로
커피를 저었지
그이는 커피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지
내겐 말 한마디 없이
그이는 담배에
불을 붙였지
그이는 담배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었지
그이는 재떨이에
재를 떨었지
내겐 말 한마디 없이
그이는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일어섰지
그이는 머리에
모자를 썼지
그이는 몸에
비옷을 걸쳤지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이는 빗속으로
떠나버렸지
말 한마디 없이
날 쳐다보지도 않고
난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지
그리곤 울어버렸지
느긋하고 푸짐한 아침
끔찍해
스테인리스 카운터에 삶은 달걀을 깨는
그 나직한 소리는 끔찍해
배고픈 사내의 기억 속에 되살아나는
달걀 깨는 소리는 끔찍해
아침 여섯 시
백화점 유리창에 비쳐 보는
배고픈 사내의 낯짝도 끔찍해
먼지 빛깔의 그 낯짝도 끔찍해
포탱 상점(※2)의 진열장 유리 속에서
그가 바라보는 건 그러나 자기 얼굴이 아니야
낯짝이야 아무렴 어때
그가 그리는 건
그가 상상하는 건 다른 얼굴
예컨대 송아지 머리
식초 소스로 양념한
송아지 머리
아니면 아무 거나 먹을 수 있는 그 무슨 머리
그래서 그는 달콤하게 턱을 움직이지
달콤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이를 갈지
세상이 그의 머리를 삶아 먹어도
세상을 어쩔 수야 없으니까
그는 하나 둘 셋 손꼽아 보네
하나 둘 셋
못 먹고 굶은 지 사흘째
이럴 수가 없다고
사흘째 되뇌어도 소용이 없네
이럴 수가 있는 걸
사흘 낮
사흘 밤
굶고 지낸 걸 이럴 수가 있는 걸
저 진열장 뒤에는
저 햄통들 저 술병들 저 통조림들
죽은 생선은 깡통이 보호하고
깡통들은 진열장이 보호하고
진열장은 순경이 보호하고
순경은 공포심이 보호하지
여섯 마리 불쌍한 정어리를 위해
바리케이드도 많아라……
좀 떨어진 곳에는 카페
크림커피와 따뜻한 크루아상
사내는 비틀거리고
그의 머리 속에는
안개 낀 이름들
안개 낀 이름들
먹고 싶은 정어리
삶은 달걀 크림커피
럼을 탄 커피
크림커피
크림커피
피[血]를 탄 크림커피! ……
동네에서 아주 존경받던 한 사내가
백주 대낮에 칼을 맞았네
뜨내기 살인자가
2프랑을 강도질했네
술을 탄 커피 한 잔에
70상팀
버터 바른 빵 두 개
그리고 팁으로 25상팀
끔찍해
스테인리스 카운터에 삶은 달걀을 깨는
그 나직한 소리는
끔찍해
배고픈 사내의 기억 속에 되살아나는
그 소리는 끔찍해
고엽
오, 네가 기억해 주었으면
우리가 사랑했던 행복한 시절을
그무렵 인생은 더없이 아름답고
태양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지
고엽은 삽 속에 그러담기는데
나는 잊지 않았지
추억도 회한도 그런 고엽과 같다는 걸
고엽은 삽 속에 그러담기고
폭풍은 차가운 망각의 어둠 속으로
그걸 싣고 가버리네
나는 잊지 않았지
네가 내게 불러주던 그 노래를
그것은 우리를 닮은 노래
넌 나를 사랑하고
난 너를 사랑했지
우린 둘이서 함께 살았지
나를 사랑하던 너
너를 사랑하던 나는
하지만 인생은 서로 사랑하던 사람들을
조금씩 소리도 없이
갈라놓아 버리고
바다는 맺어지지 않는 연인들의
발자국을 모래 위에서 지워버리네
고엽은 삽 속에 그러담기는데
추억도 회한도 그러담기는데
하지만 말없고 변함 없는 내 사랑은
언제나 웃으며 인생에 감사하네
난 너를 얼마나 사랑했던가
넌 그토록이나 아름다웠지
내 어찌 너를 잊어버리리
그무렵 인생은 더없이 아름답고
태양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지
넌 내 가장 사랑하는 친구였네
하지만 후회한들 무엇하리
네가 내게 불러주던 그 노래를
난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듣고 있으리
그것은 우리를 닮은 노래
넌 나를 사랑하고
난 너를 사랑했지
우린 둘이서 함께 살았지
나를 사랑하던 너
너를 사랑하던 나는
하지만 인생은 서로 사랑하던 사람들을
조금씩 소리도 없이
갈라놓아 버리고
바다는 맺어지지 않은 연인들의
발자국을 모래 위에서 지워버리네
꽃집에서
어느 남자가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른다
꽃집 처녀는 꽃을 싸고
남자는 돈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꽃값을 치를 돈을
동시에 그는
손을 가슴에 얹더니
쓰러진다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자
돈이 땅에 굴러가고
그 남자와 동시에
돈과 동시에
꽃들이 떨어진다
돈은 굴러가도
꽃들은 부서져도
남자는 죽어가도
꽃집 처녀는 거기 가만 서 있다
물론 이 모두는 매우 슬픈 일
그 여자는 무언가 해야 한다
꽃집 처녀는
그러나 그 여자는 어찌할지 몰라
그 여자는 몰라
어디서부터 손을 쓸지를
남자는 죽어가지
꽃은 부서지지
그리고 돈은
돈은 굴러가지
끊임없이 굴러가지
해야 할 일이란 그토록 많아
작문
둘에 둘은 넷
넷에 넷은 여덟
여덟에 여덟은 열여섯……
다시 해 봐! 하고 선생님은 말한다.
둘에 둘은 넷
넷에 넷은 여덟
여덟에 여덟은 열여섯
그러나 아니 저기 하늘에 지나는
종달새 한 마리
아이는 새를 보고
아이는 새소리를 듣고
아이는 새를 부른다
나를 구해 다오
나하고 놀자
새야!
그래서 새는 내려와
아이와 함께 논다
둘에 둘은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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