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이파리 위의 생 / 장만호 본문

OUT/詩모음

이파리 위의 생 / 장만호

휘수 Hwisu 2008. 9. 2. 09:04

1970년 전북 무주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水踰里에서> 당선

2008년 <무서운 속도> 랜덤하우스

 

이파리 위의 생 / 장만호

나무들은 대지의 푸르른 심지

한번도 이 촛불은 꺼지지 않았네


바람이 불면 더욱 더 일렁거릴 뿐
마을은 전생의 언덕에 머리를 괴고
가만히 최면에 들지

그런 밤이면,
간혹 궁수자리를 이탈한 별 하나
화살표를 남기고 사라지거나
새 한 마리
푸드득거리며 날아 오르기도 하지만

그런 밤이면,


산다는 것은 명맥한 모호함
나는 이 생을 생각하다가
조용히 심장을 두근거리며
푸른 촛불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네

그러나, 그 불길 속
잘못 내려앉은 인생인 듯
명명백백(明明白白)한 벌레 한 마리
이 생에서 저 생으로 가듯
한 불꽃에서 다른 불꽃으로 건너가고 있네


생애가 그저 한 이파리였을 뿐이네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