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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어느 짐승의 혀가 핥던 시간 / 장인수 본문
1968년 충북 진천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
2003년 계간 '시인세계'로 등단
2006년 시집 <유리창> 문학세계사
현재 서울 중산고등학교 교사
어느 짐승의 혀가 핥던 시간 / 장인수
불쑥
형 집에 갔더니
주인은 없고
일곱 마리의 검은 강아지들이 졸래졸래 뛰어나와
손가락을 핥고, 빨고, 야단이었다
귀 앓는 어미개는
저수지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까만 콧등 일곱 마리가
오줌 찔끔, 찍고 바르며 혓바닥 애정을 쏟아붓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엎어진 개밥그릇 위에 걸터앉은 나는
사람보다 다섯 배 빨리 성장하고……뛰놀고……늙어갈……
어린 짐승의 애정 행각에 맡겨져
다시는 사람으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놀고 있었다
오늘은 형의 생일
생일은 없고, 일곱 마리 애정을 빨아대며 노을이 번져오고 있었다
시로 여는 세상 (2007년 봄호)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