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시(詩) 제1강...詩란 어떤 글인가/김용진 본문
詩란 어떤 글인가
시는 운률적인 언어로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 관념이나 정서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문학의
한 형식이다. 따라서 산문과는 달리 논리의 비약, 생략, 함축적 비약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詩)의 정의를 쉽게 말한다면 "시(詩)란 압축된 언어로 표현된 건축물"이다 라는 말로 대
신할 수 있다. 시(詩)의 정의에 대해서는 이미 동서고금의 많은 문인들이 수 없이 언급한 바
가 있다. 그러나 "시(詩)란 결국 인생의 비평이다"라고 한 T.S 엘리어트의 말은 시(詩)가 가
진 두 개의 측면을 대표하고 있다.
시(詩)의 언어
시(詩)란 문자로써 표현하는 문학에 소속된 한 장르이며, 그래서 일반적인 문학과 마찬가지
로 자기의 생각한 바 또는 생각하는 바를, 혹은 느끼고 있는 것 또는 느낀 것을 문자로써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詩)가 아닌 운문적 특성은 다른 문학과 달리 문자(시어)를 배열
함에 있어서 일정한 규율(운률)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시(詩)에서 사용되는 시어
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다. 그러나 그 언어를 어떻게 배열, 조작하느냐에
따라 전혀 일상생활 속에서 쓰여지는 언어와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느낌이 놀랍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시(詩)에는 작가의 언어 운용에 따라 여러 가지 비유, 상징 등이 이를 효과적
으로 나타난다.
예문1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서정주 <문둥이>
위의 시(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詩)에 사용된 언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
는 언어와 전혀 다른 것이 없다. 그러나 운율적 언어 구사가 생략과 압축의 묘미를 가미하
여 아주 긴 이야기를 실타래 풀 듯 토해내고 있다. 세상에서 그 누구도 아는 체 하기를 꺼
려하는 문둥이, 오히려 해와 달까지 쳐다보기 민망한 문둥이의 처절한 절규가 시행 한 줄로
압축되어 긴 이야기를 끝없이 토로해내고 있다. 보리밭이라는 향토색 짙은 낱말을 배경으로
해서 차가운 달빛의 조명을 받으며 애기의 배에서 간을 꺼내먹는 문둥이의 속설은 어느 긴
긴 실화와 같은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문둥이가 우는 꽃처럼 붉은 울음은 인간이
면 누구나 자지는 속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처절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詩)는 이처럼 압축된 언어로 생략의 묘미를 보여 줄 때 시(詩)가 가지는 요소를 어김없
이 나태내 주는 것이다.
예문 2
얼굴 하나여
손바닥 둘로
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나
눈 감을 밖에
정지용 <호수>
이 시(詩)의 화자는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다. 그 그리운 사람의 얼굴쯤이야 두
손바닥으로 충분히 가릴 만큼의 넓이 밖에는 안 된다. 그러나 보고 싶은 마음의 넓이는 호
수만큼이나 된다. 그러니 그것을 가릴 길이란 아예 자기의 두 손을 "호수"라는 말로 빗댐으
로서 드러 내는 정서, 그리고 무엇보다 일체의 군말을 생략함으로서 오히려 강렬하게 드러
나는 이 시의 주제 등에서 우리는 시의 언어적 특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시
에는 시의 운율로서의 음악적 요소와 시의 색상으로서의 회화적 요소, 시의 사상과 감정으
로서의 요소가 포함되어 나타난다.
다음 시간에는 시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문학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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