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스크랩]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박석구(문학마을사) 2 본문
3. 대상 인식
대상은 인식에 의해 그 가치를 드러냅니다. 인식이란 대상에 대한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말합니다. 이 느낌과 생각이 시의 바탕이 됩니다.
대상 인식은 그대로 보기, 빗대어 보기, 상상하여 보기 등의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대로 보기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을 말하고, 빗대어 보기는 그대로 본 것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보는 것을 말합니다. 상상하여 보기는 그대로 보기나 빗대어 보기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사건이나 상황을 짐작해 보는 것을 말합니다.
① 새싹이 여기저기 돋아납니다.
이것이 그대로 보기입니다. 대상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아무 꾸밈없이 옮긴 것입니다.
다음은 빗대어 보기입니다. 빗대어 보기의 열쇠는 질문. '무엇같이(무엇처럼)'를 응용하여 질문하면 됩니다.
"새싹이 무엇같이(무엇처럼) 돋아납니까?"
"고향 뜨락을 쪼아대는 병아리 소리처럼."
'새싹'을 '병아리 소리'에 빗대어 보았습니다. 모든 질문과 대답은 당신의 가슴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정리해 봅시다.
새싹이 고향 뜨락을 쪼아대는 병아리 소리처럼 돋아납니다.
다음은 상상하여 보기. 대상을 빗대어 놓으면 얼마든지 상상 의 세계를 펼칠 수가 있습니다. 상상하여 보기의 열쇠도 질문입니다. 기본이 되는 질문은 기사문의 6하 원칙인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어떤), 왜' 중, 필요한 것을 골라 응용하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질문도 대부분이 6하 원칙을 응용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6하 원칙을 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들이 앞으로의 모든 질문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질문해 봅시다.
"새싹이 고향 뜨락을 쪼아대는 병아리 소리처럼 어떻게 돋아납니까?"
"노란 노래 입에 물고."
'갓 돋아난 노란 새싹'과 '병아리의 노란 부리'의 유사점을 찾아 상상해 본 것이지요? 정리해 봅시다.
② 새싹이 고향 뜨락을 쪼아대는 병아리 소리처럼 노란 노래 입에 물고 돋아납니다.
한 번 더 상상해 볼까요?
"병아리는 뜨락에서 무엇을 합니까?"
"삐악삐악 땅을 헤치며 돌아다닌다."
"그렇다면 새싹은 어떻게 돋아납니까?"
"삐악삐악 땅을 헤치며 돋아납니다."
'새싹'을 '병아리 소리'에 빗대었으니까 이렇게 상상할 수 있겠지요? 정리해 봅시다.
새싹이 삐악삐악 땅을 헤치며 돋아납니다.
다시 한 번 더 상상해 봅시다.
"새싹이 어디에 그렇게 돋아납니까?"
"내 가슴에."
'내 가슴에 돋아난다'는 말은 '추억에 잠긴다'는 말. 가슴을 텃밭으로 펼쳐 놓고 추억을 싹 틔운다는 말이지요?
눈을 꼭꼭 감아 보십시오. 콧노래가 저절로 울려 나올 테니까. 그럼, 정리해 봅시다.
③ 새싹이 삐악삐악 땅을 헤치며 내 가슴에 그렇게 돋아납니다.
이렇게 해서 새싹은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의 가슴속에 돋아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대상에 대한 인식을 너무 논리적으로 펼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시는 논리가 아니고 비논리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삶처럼 말입니다. 인식된 내용 ①②③을 모아 다듬어 봅시다.
새싹이 여기저기 돋아납니다. 고향 뜨락을 쪼아대는 병아리 소리처럼 노란 노래 입에 물고 돋아납니다. 삐악삐악 땅을 헤치며 내 가슴에 그렇게 돋아납니다.
틀을 짜 조금만 다듬으면 시가 됩니다.
새싹이 여기 저기 돋아납니다.
뜨락을 쪼아대는 병아리 소리처럼
노란 노래 입에 물고 돋아납니다.
삐약삐약 삐약 땅을 헤치며
내 가슴에도 그렇게 돋아납니다.
- 새싹 -
1행은 그대로 보기, 2행은 빗대어 보기, 3 4 5행은 상상하여 보기가 바탕이 되었지요?
예를 하나 더 들어봅시다.
① 호숫가에 연꽃이 피었습니다.
그대로 보기지요? 다음은 빗대어 보기. 빗대어 보기의 열쇠는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연꽃이 무엇같이(무엇처럼) 피었습니까?"
"부처님 오신 날의 줄 등처럼."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은 당신의 경험이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경험은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당신만의 보물입니다. 자, 정리해 봅시다.
② 호숫가에 연꽃이 부처님 오신 날의 줄 등처럼 피었습니다.
'연꽃이 무리 져 핀 것'을 '줄 등'에 빗대어 본 것입니다. 다음은 상상하여 보기. 상상하여 보기의 열쇠도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당신에게 하는 질문. 답도 역시 당신이 당신에게 하는 답이어야겠지요?
"왜, 그렇게 피었을까요?"
"당신이 오시는 길 밝으라고."
"당신이 오시는 길 밝으라고 어떻게 피었습니까?"
"온 동네 환하게 밝혀 놓고."
"어디에 그렇게 피었습니까?"
"여기 저기에."
'왜', '어떻게', '어디서'를 응용한 질문입니다. 여기에서 '당신'은 '임'이겠지요? 여기까지가 대상인식입니다. 정리해 봅시다.
③ 당신이 오시는 길이 밝으라고, 온 동네 환하게 밝혀 놓고 여기 저기 피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대상은 더욱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식된 내용 ①②③을 다듬어 정리해 봅시다. 정리할 때는 의도적이 아니라면 동어 반복을 회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호숫가에 연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길이 밝으라고, 부처님 오신 날의 줄 등처럼 온 동네 환하게 밝혀 놓고 여기 저기 피었습니다.
틀을 짜 다듬어 봅시다.
호숫가에 연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길 밝으라고
부처님 오신 날의 줄 등처럼
온 동네를 환하게 밝혀 놓고
가슴에 넘치도록 피었습니다.
- 연꽃 -
'여기저기'를 '가슴에 넘치도록'으로 다듬었지요? 1행은 그대로 보기, 3행은 빗대어 보기, 2행, 4행, 5행은 상상하여 보기입니다.
그런데 대상을 인식할 때는 빗대어 보기와 상상하여 보기를 억지로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필요한 질문으로 대상을 실감나게 인식하면 됩니다. 그것은 빗대어 보기도 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시를 쓰는 것이지 이론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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