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스크랩] 여성은 ‘열외’ 인간인가? [한겨레 06.03.02] 본문
여성은 ‘열외’ 인간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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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여성을 ‘열외’ 인간으로 취급해 왔으며, 그 역사는 박물관에 안치된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일상에서 버젓이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되었다. 법조계 출신의 3선 국회의원이 여기자를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기에 성추행을 했다고
감히 변명할 수 있는 것은, 여자를 남자의 노리개로 삼아온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아직도 건재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노리개로 능욕당하면서
목숨까지 앗긴 어린 여학생의 처참한 운명도 여자의 인권유린을 방치해온 반인간적 역사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서울 와이엠시에이(YMCA) 이사회가 회원 규정을 ‘사람’에서 ‘남성’으로 바꾸는 헌장 개악을 결의한 것 또한 그러한 역사와 맞닿아 있다. 지난 세월 여성들이 ‘사람’의 이름으로 남성들과 함께 만들어온 이 단체의 역사성을 그동안 남성독점 체제로 전유해온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사람’의 범주에 여성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명문화하겠다는 뜻이다.
종교·교육·언론계 등 소위 ‘지도층’에 속한다고 하는 그 이사들에게 여성은 인권과 인생을 강탈당해도 무방한 열외 인간일 뿐이다. 성추행 국회위원이 국회를 떠나야만 하고, 성폭력 살인사건이 영원히 이땅에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면, 서울 와이엠시에이 이사들과 같은 ‘지도층’도 우리 사회를 더는 욕되게 하지 않도록 역사무대에서 퇴장당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여성은 남성의 인간 구실을 위해 방패막이 구실을 전담해 왔다. 여성은 남성이 체면을 깎이거나, 부담이 되거나, 승산이 없거나, 곤란한 상황이거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할 때 손쉽게 차출되고 이용되고 착취될 수 있는 예비군이었다. 남편이 저지른 공적 비리를 ‘가족사’라는 이름으로 대신 누명을 뒤집어쓰면서 사회에 용서를 구하는 아내, 가장의 출세와 가족의 번영을 위해서라면 온갖 궂은 일과 사회적 지탄을 받을 일마저 대행하지 않을 수 없는 주부, 상관의 부도덕과 잘못의 대가를 대신 짊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의 여직원, 남성 이해다툼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여성 등, 이들의 역사는 다채롭고 애처롭기만 하다.
반면에 권리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곳에서는 여성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빈곤가구를 책임지고, 비정규직의 핵심 노동자로 동원되고, 평가절하되는 가사와 사회적 돌봄노동에 전념하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바로 이 사회를 살려내는 주역임에도 상응하는 대가를 보상받고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는 곳에서는 마치 ‘제3 신분’처럼 제외되기 십상이다. 초고속의 출세를 보장받는 남성 영역에서 남성의 실력을 압도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여성들의 새로운 힘이 점점 더 두드러지는 추세 속에서도 이들 여성은 ‘별종’이거나 ‘명예남성’으로 취급될 뿐이다. 남성 세계 속에서 여성의 끼어들기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구색 맞추기나 들러리 행세나 간판마담 노릇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것조차 열외인간에게 베풀어진 ‘특혜’로 간주되는 실정이다.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사건들 앞에서 분노하는 사람이라면, 여성에게 열외인간의 낙인을 찍어온 우리 사회에 대해서 그리고 그 사회에 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마땅히 분노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여성을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이로써 남성 역시 온전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사회·문화적 토양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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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6-03-02 오후 07: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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