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스크랩] 서울에는 허준이 필요해 본문
예전에 허준을 그린 드라마가 인기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 허준의 처방은 사못 신기하여 입이 돌아갔다는데 대뜸 위장약을 먹인다든지, 머리가 아프다는데 손바닥에 침을 놓으면서 병을 치료한다. 예컨데 우리의 몸은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고, 표면에 나타나는 병은 우리의 몸 어딘가 다른 곳의 문제로 인한 것일 수 있다 – 라는 것이 동양의학의 치료기본이다.
(이름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드라마에서의 허준)
우리의 현대의학은 본질적으로 서양의학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 치료방법은 대개 세가지로, 1.세균, 나쁜 세포는 약을 써서 죽인다. 2.죽이기 힘들면 일부를 잘라낸다. 3.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새로 바꾼다. – 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니까 초기암환자는 항암제를 써저 나쁜세포를 죽인다. 그리고 나쁜 세포를 죽이는 약이 사람 몸에 좋을리가 없으니까, 머리도 빠지고, 위장약도 먹어야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상태가 진행된 환자에게는 세포가 있는 부분을 잘라낸다. 그리고 불치병의 환자를 위해서는 복제세포의 연구가 … 하여간 그렇다.
이 두가지 치료방법은 단순히 병리현상에 대한 처방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몸,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사고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우리의 몸을 분석하고, 세포를 추출하고, 급기야 그것을 복제하려는 서양의학은 기계주의적 서양과학철학에 바탕한다. 예컨데, 우리의 몸은 각종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들이 모여있는 것이고, 이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 자동차가 고장났을 때, 쓰윽 손을 보거나, 정 안되면 부품을 교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서양의학의 바탕이다. 반면에, 우리의 몸을 하나의 유기체로서 파악하려는 동양의학에서는 모든 부분이 서로 상호보완관계 속에 있다는 사고에 바탕한다.
도시도 단순한 건물들의 집합이 아니고, 길과 건물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파악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딱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의 도시는 행정구역, 여러가지 규제선으로 묶여있거나, 탁자 위의 지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의미없는 축들로 엮여있는 것으로 다루어진다. 서울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제도판에 놓고 이렇게 저렇게 엮다보면 기분좋은 축들도 만들고 싶고, 헛 – 이쯤에 광장하나를 집어넣으면 멋지겠는 걸 – 이런 생각도 들기마련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매일매일 숨쉬고, 술마시고, 걷는 도시가 제도판 위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혹은 반대로 지금 우리가 살고, 걷는 도시는 이 제도판 위에서 탄생해서 자연스럽게 다시 우리의 삶에 적응한 모습이다.
(문화재청에서 발표한 광화문앞 조성계획안)
문화재청에서 발표한 광화문 앞 광장 조성계획을 보았다. 이 광장은 실제 광화문의 원래 위치와 모양을 복원하고, 광화문
앞의 월대와 해태상까지 다시 만드려는 의도에서 나온 계획이다. 문화재청이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이 광화문광장을 파리 콩코르드 광장이나 런던
트라팔가르광장처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게 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뭔가 꿈꿈하다. 문화재청에서 광화문과 월대, 해태상을 복원해서 조선시대 왕궁의 모습과 위용을 되찾는다…고 설명하고 있으니 그런가 - 하고 만다. 실제로 왜, 무엇을, 어떤 시기를 기준으로, 그리고 현재의 주변상황과의 고려 등등의 문제는 문화재복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개인적으로 세종로에서 경복궁옆 사간동 – 인사동까지 이르는 길은 이럭저럭 많이 걸어보았지만, 서울시에서 말하는 문화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처럼 딱히 걷기에 유쾌한 길은 아니다. 무덤덤한 교보문고빌딩부터, 우중충한 정부종합청사까지의 건물들이나, 항상 미국대사관을 중심으로 진치고 있는 전경청년들도 그렇고, 12차선의 세종로도 뚜벅이들에게 안락한 느낌을 주는 환경은 아니다.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광화문 건너편의 광장도 늘상 텅텅 비어있다.
(아마도 광화문에서 제일 볼만한 건 - 교보문고 현수막이다. 잠깐 생각할 시간도 주고.)
예컨데 광장은 – 손님없이 텅텅 빈 음식점은 왠지 들어가기가 좀 그렇고, 손님이 꽉 차 줄 서 기다리는 음식점은 엇, 어쩐지 맛있는 음식을 할 것 같아 가고샆은 생각이 드는 - 음식점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항상 생각한다. 광장에 사람들이 북적대고, 별 할일 없이도 이것저것 보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 구석에 신문이라도 들고 가서 앉아있을 마음이 든다. 아무도 없는 광장에 대리석으로 삐까뻔쩍 치장하고 비싸보이는 나무 심어봐야, 주변이 12차선에서 8차선으로 둘러싸인 광장에 딱히 들어가 앉아 있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광화문 안으로 쏙 들어가면 훨씬 고즈넉한 분위기라는 건 – 광화문에서 약속시간 늦는 친구를 기다리거나, 시간을 때우려 배회해 본 사람에게는 기본이다.
그러니까 경복궁앞에 멋진 광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허준이 입 돌아간 것을 고치기위해서 위암부터 고쳤던 것처럼, 적어도 서울 시청앞 광장과 덕수궁에서부터 시작되어 경복궁까지 이어지는 걸을만한 길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광화문에서 눈물 흘리거나, 분노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이 광화문에 수도 서울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넓직하고 더 시원하게 세종문화회관이나 이순신 장군동상까지 쭉 뻗은 광장이 하나 쯤 있었으면 좋겠다. 여하간 이 광화문 앞의 광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보고 생각한 건데 - 높으신 분들이 정치를 잘해서, 이곳에서 다시는 최류탄에 눈물흘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광장에서는 붉은악마들이 마음껏 소리지르고, 월드컵4강 다시 올라서 축제할 일이 그 광장에서 벌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곳에서 목청높이, 통일된 조국을 노래한다면 더욱 좋겠고.
P.S.
http://garden.egloos.com/10001516
- 광화문의 오후란 블로그. 광화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와 맛있는 집 이야기를 모으는 블로그. 광화문에 대해서 추억이나 정보가 있으신 분들은 글 남겨도 괜찮을 것 같다.
- 경복궁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자료가 있어 한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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