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스크랩]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 / 변영희 본문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
변 영 희
심하게 앓아누울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 생각나는 글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다. 그녀는 내면의 의식세계를 탐구한 모더니즘 작가로서 삶의 매순간을 문학적 형상화에 바친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영국 출신의 소설가이며 비평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영국 인명사전>의 편자인 L.스티븐의 딸로서 빅토리아 조 최고의 지성적인 환경 속에서 주로 아버지로부터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녀는 1905년부터 「타임스」 등에 문예비평을 써왔으며 1912년에 정치평론가인 L.S 울프와 결혼했다.
1941년 3월 28일 우즈 강에 투신자살하기 까지 ≪등대로≫, ≪델러웨이 부인≫, ≪일반독자≫, ≪자기만의 방≫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 여성은 더없이 중요한데도 실제적으로는 전연 보잘것 없는 것에 불과하다. 시詩에서는 곳곳에서 내노라 하고 뽐내고 있는 데도 역사 속에서는 거의 취급되지 않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군주나 정복자의 생애를 좌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 양친으로부터 싫건 좋건간에 반지가 끼워지면 상대방이 어떤 남자이건 그 남자의 노예가 된다.
…… 세상에서 주로 행사하고 있는 가치는 남성의 가치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선구자적 페미니스트였다. 자살하기 전 남편에게 쓴 유서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한 것을 보아도 잘 알 수가 있다.
“지난 30년 동안 저는 남성주의의 이 사회와 부단히 싸웠습니다. 오로지 글로써. 유럽이 세계대전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들 때 모든 남성이 전쟁을 옹호하였고 당신마저도 참전론자가 되었죠. 저는 생명을 잉태해 본 적은 없지만 모성적 부드러움으로 이 전쟁에 반대했습니다.
지금 온 세계가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가로서의 역할은 여기서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저는 지금 저 강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예리한 감성, 뛰어난 관찰력, 지적 분위기를 지닌 그녀는 <창의의 순간>에서 예술가에 대한 견해도 밝히고 있다.
“…… 예술가는 사회로부터 독립된 존재가 되지는 않는다. 물질적으로는 물론 빵과 버터를 사회에 위탁하고 있다. 예술은 비상시에는 제일 먼저 버려지지 않을 수 없는 사치품이다.”
한편 “소설가는 자신의 기질이나 재능이나 취미를 발전시킬 기회를 얻은 사람들입니다. 담장에 포박되고 밀어넣어져 아무 특징도 없는 대중이 되어버리고 만 인간이 아니라 참다운 인간입니다.”
참다운 인간인 그녀는 1929년에 쓴 ≪자기만의 방≫에서 어째서 여성이 작가가 되기가 그토록 어려운가를 역사적 사회적으로 규명하여 출간 당시부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1960년 말 이후 이 책은 페미니즘의 지침서가 되다시피 하였다.
“우리가 1년에 500파운드를 벌고 자기 방을 갖는다면” 하고 버지니아 울프가 피력한대로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정신적 자유는 오늘까지도 많은 여성들의 소망이 되고 있다.
“나의 불빛이 / 자기만의 시간이 / 한 사람의 인간이 그리워진다”
라고 절규한 버지니아 울프의 고독이 가슴에 사무치는 가을이다. 버지니아 울프를 생각하면 설사 TIKAL의 마야 귀신이 내 침상을 어지럽힌다 하여도 나는 이겨내야 하고 사는 동안 글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OUT > 읽고싶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 전경린.. 책 소개/ 펌 (0) | 2006.01.29 |
---|---|
[스크랩] [니코스 카반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치케모홈에서 펌) (0) | 2006.01.29 |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 / 변영희 (0) | 2006.01.26 |
[스크랩] 내 나이 서른 여덜 (0) | 2006.01.22 |
[스크랩] 기형도에게 묻고 싶다 (0) | 2006.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