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수 Hwisu, 구름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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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문학 이야기 - 詩는 어떻게 쓸 것인가 20

휘수 Hwisu 2006. 1. 23. 01:11
 

5. 추리하여 시쓰기 <쉬운 시와 어려운 시로 나눔> 시쓰기의 순서는 대체로 오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대상이나 현상에 대하여 즉각적인 의미부여가 이루어지는 감정의 촉발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시상(詩想)이라고 한다. 물론 이같은 시상(詩想)은 늘 마음 속에 시에 대한 애정, 곧 시심(詩心)을 담고 있을 때에야 제 모습을 갖추고 일어나게 된다. 시상(詩想)은 구체화를 통해 비로소 형상을 드러낸다. 이 구체화의 작업은 시상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일반적일 때에는 평범한 시가, 특수하고 개인적인 경우에는 참신함을 가진 시로 태어나게 된다. 따라서 시인은 똑같은 사물이라고 해도 남이 해석하거나 드러내지 않은 방법으로 구체화시키려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은 모든 예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지극히 일반적인 행위다. 피카소는 자전거의 안장과 손잡이를 접한 순간 그 사물이 가진 다른 면―예술적 미의식과 공통적 현상―을 발견하고 개인적 해석을 가해 '황소'의 모양으로 만들어 내 이를 처음 대하는 이에게 충격을 준다. 자전거의 안장과 핸들(손잡이)은 기계 기술자가 만든 기계로서 예술적 가치는 미세한 사물이다. 그러나 피카소의 개인적 해석에 따라 자전거 부속이 '황소'란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시도 피카소의 '황소'와 같은 과정을 거쳐 태어난다. 시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일상적 언어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의사 표현 도구이다. 플로베르의 '一物一語設'은 하나의 사물에 가장 적합한 언어 표현은 하나 뿐이라는 견해이다. 시인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언어(단어)를 두 개 이상 가지지 못한다. 마치 중국의 가도가 집의 문을 들어서는 행동을 '민다'의 뜻인 '퇴(推)'로 할 것인가, 아니면 '두드린다'의 뜻인 '고(敲)'로 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것처럼 유사한 의미를 지닌 두 개의 단어가 있을 경우에 어떻게 해서든 그 중의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운명에 자주 부딪치게 된다. 시 한 편을 쓰는데 십 분, 이십 분이 아니라 몇 날, 몇 달이 걸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시 중에 한 두 행을 빈 칸으로 두거나, 한 두 단어를 비워서 빈 칸을 시의 흐름 속에서 유추하여 채워보려고 하는 노력도 좋은 시를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에 쓰인 시어들은 한 편의 시속에서 필연적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만약 인과관계가 희박한 시행이나 시어들이 쓰였을 경우, 그 한 행이나 단어를 빼도 시에 보태고 더함이 없다면 그 시어나 행은 불필요한 구절이므로 애초에 빼버려야 할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게 된다. 시인들이 밤을 새워 시를 쓰며 머리를 뜯고 고통스러워함은 점 하나, 음절 하나, 단어 하나 아무렇게나 쓰지 않으려는 노력의 모습이다. 싹수 있는 놈은 아닐지라도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은 아닐지라도 나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 ( ① )는 녀석 ( ② )는 녀석 ( ③ )는 녀석 모두 모두가 ( ④ ) 공부 잘해 대학 가고 졸업하면 펜대 굴려 이 나라 이 강산 좀먹어가는 관료 후보생보다 농사꾼이 될지 운전수가 될지 공사판 벽돌 나르는 노동자가 될지 모르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 이 시대를 지탱해가는 모든 힘들이 버려진 사람들 그 굵은 팔뚝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공무원 관리는 되지 못해도 어버이의 기대엔 미치지 못해도 동강난 강산 하나로 이을 힘이 바로 너희들 두 다리 가슴마다 들어 있기에 나는 믿는다 통일의 알갱이로 우뚝우뚝 커가는 건강하고 옹골찬 너희 어깨를. 조재도 <너희들에게> 위의 시에서 빈 칸을 채워넣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다. 시의 흐름이 일관되고, 주제가 분명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유추해낼 수 있다. 유추를 보다 분명하게 하기 위해 필자가 의도적으로 연을 나누었다.

먼저 ①의 빈 칸에 대해 생각해 보자. 1연에서 싹수 있는 놈, 모범생이 아닌 놈에게 희망을 건다는 역설이 성립되고 있어 2연세서의 ( )녀석은 분명 싹수 없는 놈이며, 모범생이 못되는 소위 문제아가 되어야 한다. 담배 피우고, 싸우고, 교복을 찢어 입고, 성적은 꼴찌에 술먹고, 교실에서는 잠만자는 녀석이 ( ①)의 범주에 드는 녀석이다. 이들 중 어느 것을 가져다 놓아도 2연은 성립된다. 따라서 ①②③은 자연 동등한 자격의 언어들로 채워지면서 자연 해결된다. 다만 여기서 읽기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글자 수를 염두에 두면 된다. 그리고 ④는 ①∼③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거나 아니면 1연 마지막 행의 반복으로 써서 1연과 2연을 도입부로 할 수 있다. 조재도 시인은 후자를 택했다. 그러나 '희망'이란 시어를 반복하는 것은 시의 내용을 확대시키지 못하므로

다른 시어를 선택하면서 의미를 확대시키고 있다. 소중하다. 귀 중하다. 버릴 수 없는 녀석 등등의 말썽꾸러기지만 귀중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즉, 2연은 1연의 반복적 구조를 가지면서 동시에 의미 확대를 기하고 있다. 이처럼 한 편의 시는 다음 행이나 연을 유추할 수 있는 구조로 짜여 있다. 이러한 유추의 과정이 빗나가거나 전혀 이해되지 않는 시행으로 연결될 때 우리는 그걸 난해시라고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난해시는 전편을 읽고나면 이해가 되거나 그 개연성을 받아들일 수 있으나, 잘 빚어지지 않은 시는 도저히 앞 뒤의 행과 연을 유추해낼 수가 없게 된다. 우리는 흔히 T.S 엘리옷의 <황무지>를 난해시로 꼽기도 한다. <황무지> 시보다는 그에 대한 주석이 더 길고 어렵기만 한 것이 '난해시'로 분류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문화가 기독교 사상과 그리이스 로마 신화 속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그에 대한 박식함이 없고서는 이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어릴 때부터 기독교 문화와 다야한 유럽문화 속에서 성장한 지식인으로서는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며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일깨운다. 겨울은 우리를 포근하게 해주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짧은 생명을 길러주며. 슈타른베르거제를 넘어 여름은 소낙비를 몰고 밀어닥쳐 왔어요. 그래서 우리는 주랑에 머물었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지요. 난 러시아인이 아니라, 리투아니아 출신의 순수한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렸을 적, 종형되는 대공집에 머물렀을 때, 그가 나를 썰매에 태워줬는?

출처 : poet ... 휘수(徽隨)의 공간
글쓴이 : 휘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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